[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 = 이규식
엊그제 중복(中伏), 개고기 소비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다. 이즈음 가열되는 보신탕에 대한 비판적 시각 속에 외국인들이 자비로 입국하여 1인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의 소비구조 변화, 갖가지 보양식품의 창궐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변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현상이다.

유럽에서는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의 야만적인 제조방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새삼 높은데 푸아그라는 '기름진 간(肝)'이라는 이름 그대로 거위나 오리의 간을 채취하는 과정의 잔인한 방식이 논란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도축 전 좁은 상자에 가두어 놓고 강제로 먹이를 부어넣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엄청 부어오른 간을 원료로 요리를 만들어 즐기면서 격조 있는 미식과 삶의 즐거움을 운위한다.

철갑상어알, 송로버섯을 포함하는 서양별미 가운데 푸아그라는 직접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과 위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중국에서의 개 도축과정과 더불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테마파크나 아쿠아리움 등의 돌고래 쇼, 코끼리나 악어, 원숭이 쇼 등 잠시 동안 인간의 즐거움을 위하여 동물들이 겪는 수난과 희생, 학대에 눈을 돌리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등지에서 성행하는 가마우지 낚시 또한 동물학대의 전형으로 꼽을 만하다<사진>. 계림 이강유람이나 우룡하 뗏목관광에서 볼거리로 제공하는 가마우지 낚시, 혹사당하는 가마우지의 일상은 외양만큼이나 애처롭다. 잔뜩 굶긴 가마우지가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아 올리면 어부는 목 아랫부분 끈을 단단히 묶여 삼킬 수 없는 물고기를 강제로 빼내 관광객들에게 보여준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발에 끈을 묶은 것은 물론이다. 물고기들을 모아들이기 위해 주변에 듬뿍 먹이를 뿌려놓고 가마우지가 잽싸게 물어온 물고기를 힘주어 잡아 빼는 장면에 관광객들은 갈채를 보내지만 야속한 헛수고를 끊임없이 거듭하는 가마우지에게서 조직사회 톱니바퀴 아래 거듭되는 도로(徒勞)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숙명과 그림자가 얼핏 스쳐간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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