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석 한국폴리텍Ⅳ대학장
[목요세평]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연이어 벌어지는 갈등은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사회를 극단적인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념 간, 지역 간, 계층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 단절, 좌절, 반감, 대립이 이대로 간다면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들 정도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무차별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갈등 프레임에 갇혀 있는 우리 사회를 치유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떠미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갈등의 양상도 복잡다기하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도 심각하다.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의 대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다. 경제위기, IT위주의 기술발전, 저성장의 궤도 속에서 일자리의 양과 질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과거의 댐건설, 방폐장, 송전로 건설, 그리고 최근의 공항부지, 사드부지 선정 등을 둘러싼 장소 갈등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공익과 주민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그 해결책은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역대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균형발전 정책, 4대강 사업,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둘러싼 갈등은 공익보다는 지역주의가 뒤섞인 집단적 갈등 양상으로 나타난 예도 있다.

세대 간 갈등도 있다. 젊은이들은 미래의 희망, 꿈을 포기하고 기성세대는 퇴직 이후 생존에 대한 불안감으로 불만이 가득하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은 이미 오래된 사례이다. 1990년대 역사교과서 논쟁 이후 이미 대중스타와 인터넷을 통해서 일상생활에까지 침전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이 다양한 사회갈등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갈등구조는 '사회적 위기'로 보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뤄졌지만 저성장과 고령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나타난 갈등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갈등은 잠재되어 있다가도 현재화하면 사회적 여진이 크다. 갈등의 양상이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장, 행동으로 나타나고 물리적 대결과 강제진압의 형태가 수반되기 때문에 갈등이 현재화하면 갈등조절도 그만큼 쉽지 않다. 그리고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사회적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만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매개하는 완충영역, 중간영역이 부실하다보니 서로 부딪치고 대립하는 국면으로 곧장 진입한다.

더욱이 우리사회는 과정보다도 목표를 우선시해왔다. 그렇지만 결과보다도 과정이 더 중시되는 것이 민주주의다. 갈등과정 해소를 정책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취약점인 협상문화의 부재도 창조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시민의식의 성숙과 시민교육 강화도 필요하다. 갈등을 예방하는데 청소년 교육, 사회교육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복잡다기하고 중첩된 사회갈등을 해소하는데 정부를 비롯한 범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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