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재발견 (27) 옛 충남도청 뒷길
퇴근시간 무렵 인파 붐비던 곳
골목 굽이굽이 점방 등 볼거리
선화서로길엔 60~80년대 건물
‘예술과 낭만의 거리’로 새변신

▲ 옛 충남도청 뒷길을 걷다보면 야트막한 언덕길 계단이 눈에 띈다. 정재훈 기자
한 때 이곳은 식당과 가게가 즐비한 곳이었다. 퇴근 시간 무렵이면 사람들로 항상 붐볐고, 상인들은 이들을 쫓아 하나 둘 모여들었다. ‘뒷길’이었던 탓에 아기자기한 멋도 있었고, 골목 사이사이에 맛집이 숨겨져 있는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지금의 중앙로 79번길, 선화서로라 불리는 이곳은 옛 충남도청 뒷길이다.

▲ 옛 충남도청 뒷길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 점방.
정재훈 기자
뒷길 초입에 들어서자 슬레이트 지붕을 씌운 집들부터 슈퍼마켓이라고 불리기는 뭔가 아쉬운 ‘점방’까지 정겨운 옛 풍경이 펼쳐진다. 선화동에서만 40여년째 한자리를 지키며 학선식당을 운영하는 고성곤 씨는 “충남도청이 떠나면서 많은 이들이 선화동을 떠났다”며 “식당도 가게도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청과 충남경찰청이 빠져나간 지금은 예전의 활기는 찾기 어렵지만, 아직도 과거의 영광을 훈장처럼 간직한 거리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다. 좁은 길 틈바구니들에는 집집마다 기른 푸성귀가 녹음을 뽐내고, 지금은 보기 힘든 양철 대문이 주인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옛 충남도청 뒷길 빛 바랜 벽 사이로 골목이 미로처럼 나있다.
정재훈 기자
한참 골목을 걷고 있노라면 옛 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양철 대문 사이사이를 걷고 있으면 1994년 안방을 달궜던 드라마 ‘서울의 달’의 춘섭(최민식)이 철 지난 양복을 입은 채 촌스러운 사투리를 뱉으며 문에서 튀어나올 것 같다. 야트막한 언덕길 계단을 올라가면 2002년 방영한 ‘네 멋대로 해라’의 고복수(양동근)가 계단 귀퉁이에 쪼그려 앉고 한숨을 쉬는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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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충남도청 뒷길에 위치한 선화어린이공원 입구, 아치형으로 꾸며져 있다. 정재훈 기자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조그만 선화어린이공원이 눈앞에 나타난다. 공원 안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벤치에 앉아 빛바랜 책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사람들은 거리를 느긋하게 오가며 잠시 들려 쉬어간다.

▲ 옛 충남도청 뒷길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커피숍들의 모습.
정재훈 기자
중심서적 책방을 끼고 선화서로길에 다다르면 1960~1980년대 지어진 야트막한 2층 양옥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빛바랜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채 주인과 함께 나이를 먹고 있다. 옛 충남도청 건물 일부를 활용한 대전시민대학 앞에 다다르면 큰 현수막에 시와 그림이 걸려있고, 큼지막한 가로수가 그늘을 만들어 가던 발걸음도 잠시 멈추게 한다. 시민대학 인근에는 조그마한 개인 커피숍이 모여있고, 한때 이곳에는 ‘before i die…’ 죽기 전에 나는 무엇을 할까라는 벽이 세워져 오가는 시민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소망하는 일을 적기도 했다. 지금은 철거돼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수많은 이들의 고민과 꿈 이상이 벽에 아로새겨져 볼거리를 제공했다.

도심에서 이제는 원도심이란 이름으로 변한 이곳 옛 충남도청 뒷길 선화동은 지금 또 다른 모습으로 탈피하려 한다. 대전시가 ‘예술과 낭만의 거리’ 조성이라는 이름 아래 옛 충남도청을 감싸고 있던 담벼락을 허물고,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작은 골목 책방도 꾸리고, 옛 추억을 되살릴 많은 시도가 다시금 벌어진다. 발전과 쇠퇴 그리고 부활… 옛 충남도청 뒷길은 이제 또 다른 꿈을 꾼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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