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한 청주 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투데이포럼]

최근 들어 중학생들의 학교폭력 관련 고소사건 여러 건을 접수받아 사실관계 확인차 관련 중학교를 자주 방문했다. 중학생 학교폭력 관련 고소사건은 대개 조직적인 폭력이나 심각한 범죄라기보다는 아이들의 싸움에서 비롯된 경미한 사건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애들 싸움도 학부모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 경찰에 접수되기가 부지기수다. 이러한 경우에도 피해정도가 크지 않다면 피해학생의 부모는 가해학생과 부모로부터 사과를 받고 감정이 누그러져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이 한가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고소장으로 일단 정식접수가 된 사건을 취하한다 해도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은 접수된 사건을 검찰과 법원으로 송치해야 한다. 문제는 피해학부모들은 가해 학생에 대한 수사기록이 남는다는 것에 대해 모르고 고소장을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수사기록은 가해학생에 자칫 불리한 이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해 학생에 대한 형사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사과와 재발방지가 목적이라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활용하는 편이 좋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각 학교에 설치돼 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

학교폭력자치대책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해 설치됐다. 위원회의 기능은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수립을 위한 학교 체제 구축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취급하고 있다.

피해학생 측이 학교폭력 신고 접수를 하면 14일 이내에 학교 측은 자치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및 퇴학처분 등이다. 일회적이고 비교적 경미한 가해학생 측의 학교폭력은 경찰의 개입 없이도 자치위원회의 조치만으로도 피해학생 측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자치위원회의 조치가 만족스럽지 않고 수용하기 어렵다면 그때 고소장을 접수해도 늦지 않는다.

필자도 경찰관이기 전에 중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다. 부모 입장에서 내 자식이 남에게 맞고 오는 것보다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그런데도 사과는 고사하고 상대가 적반하장으로 대처하면 분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피해학생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가해학생의 장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법의 적용 없이 서로가 양보하고 이해하면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법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지 최초의 수단이 돼선 안된다. 만약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면 경찰에 연락하기보단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믿고, 활용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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