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현 청주 복대지구대 2팀장
[아침마당]

이청득심(耳聽得心)이라는 구절은 ‘귀로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사자성어가 나온 배경은 이렇다. 옛날에 노나라 임금이 바닷새를 종묘 안으로 데려와 술을 권하고 음악을 연주해 이를 극진히 대접했다. 임금은 소·돼지·양 등 각종 진미로 바닷새를 위했지만, 새는 오히려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할 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결국 새는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 장자는 노나라 임금 이야기를 통해 아무리 좋은 대우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소통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노나라 임금은 자신처럼 바닷새 역시 술과 음악, 음식을 좋아할 것이라 착각했다. 소통의 출발은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경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가 상대방과 대화할 때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고 들어야 한다. 잘 듣는 것만으로 상대방은 자신의 마음을 위로받게 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얼마전 “청주고등학교 앞에 있는데 죽고 싶고 돈도 없다. 한번만 도와달라”고 말한 뒤 전화가 끊어졌다는 112지령실 신고가 들어왔다.

신속히 출동해 신고자 이모(50) 씨를 만나 보니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며 “죽고 싶다. 괴롭다”는 말을 거듭했다.

우선 신고자를 안정시키고 차근히 이야기 해보라고 하니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일을 하다 다쳐 한쪽 다리를 잘 쓰지 못하며, 부인과의 사이도 원만치 못하다며 살기 싫다고 하소연을 했다. 인내심을 갖고 신고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니 어느새 마음이 누그러져 ‘자신의 소란행위에 대해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며 귀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구대는 모든 민원의 집합소이다. 부부싸움, 청소년문제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손버릇을 고쳐달라는 등 사소하고도 다양한 신고가 들어온다. 사실 법대로 처리한다면 간단할 수도 있으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을 하다보면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원만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귀는 두 개요, 입은 하나다’라는 말도 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배 더 하라는 뜻이란다. 삼성그룹을 세운 이병철 회장의 휘호는 경청(敬聽)이다. 귀가 보배라는 것이다.

암(癌)이라는 한자는 입이 세 개나 필요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걸 산에 가두어 놓고 막아버렸다는 뜻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암은 몸의 내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마음의 스트레스나 소통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은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그 조직은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먼저 말하기 전에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준다면 조직 발전에 동력을 발휘할 것이고, 경찰관 개개인이 시민들의 작은 소리에 귀 담아듣는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면 모두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대한민국 경찰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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