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시론]

며칠 전에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타고 충남 장항에 있는 국립생태원을 다녀왔다. 국립생태원은 국내외의 생태연구를 선도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들의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체험과 배움의 장을 제공해 환경을 보전하고 올바른 환경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2013년 3월에 개관했다.

기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낭만의 여행은 시작된 것이다. 스쳐가는 산마다 밤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6월의 신록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달리는 기차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아름다운 산천을 구경하다보니 지루할 틈새도 없이 어느덧 기차는 장항역에 도착했다.

장항역 광장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5분 정도 걸었을까. 바로 국립생태원 후문으로 이어졌다. 후문을 지나니 수목과 화초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었다. 참으로 넓은 공간이었다. 그 속에 국립생태원 대형 에코리움이 버티고 있었다. 에코리움으로 들어서니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 그 규모가 정말 대단했다. 에코리움 로비 천정에는 애벌레, 새, 개구리 등의 모형이 매달려 있어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고 있었다. 실내에 마련된 간이식당 휴게실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서 관람에 나섰다.

우선 열대관으로 입장했다. 열대관은 상록활엽수림이 있는 열대우림 중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의 열대우림을 재현한 공간이라 했다. 식물들은 강우량이 많기 때문에 뿌리를 땅속에 깊게 내리지 않고 오히려 광합성(光合成)작용을 하기 위해 키를 높일 수 있는데 까지 높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열대관의 천정은 매우 높았다. 그리고 열대관에는 열대의 강과 바다에 서식하는 150여종의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이 전시돼 있다. 그 중에 특히 전기뱀장어, 나일악어, 거북이 등이 유리관 속에서 지나는 관광객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다음은 사막관으로 이동했다. 사막관에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크기의 선인장이 금방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겨 주었다. 거대한 기둥형 선인장인 무륜주 등이라고 했다. 더운 사막지역을 재현했다고 한다. 450여 종의 선인장과 다육식물, 그리고 사막에서 사는 동물 등이 전시돼 있다.

그 다음으로는 지중해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울창한 식물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지중해성 기후대에서 자라는 460여종의 다양한 식물들과 파충류·양서류의 동물들을 볼 수 있었다. 지중해기후 중 남아프리카, 유럽지중해연안, 카나리아 제도, 호주, 캘리포니아 연안의 식물들을 재현한 것이라고 했다.

지중해관 관람을 끝내고 온대관으로 이동했다. 온대관에는 제주도의 난·온대림과 한반도의 산악지역을 재현한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 곶자왈의 식물과 우리나라의 양서류와 파충류, 한강수계에서 서식하는 어류 등이 전시돼 있다.

다음은 극지관으로 이동했다. 극지관은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개마고원을 시작으로 타이가, 툰드라, 극지 세종기지가 전시돼 있다. 남극과 북극에서 서식하는 살아있는 식물 15종, 펭귄 2종과 우는 토끼, 북극여우, 북극곰, 남극 도둑갈매기 등 다양한 박제표본을 활용해 극지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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