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매미는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란다. 하지만 지상에 올라와서는 보름도 못 되는 날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긴 어둠, 짧은 빛의 삶이 억울해서일까. 매미의 울음은 한스럽다. 특히 수컷은 특수한 발음기를 지녀 울부짖음에 가깝다. 말매미는 전기톱으로 쇠를 마찰하는 듯한 연속적인 울음소리를, 참매미는 맴~맴~맴 리듬 있게 울어대지만 시끄럽기는 매한가지다. 자동차 주행소음 평균이 67㏈인데, 말매미의 최대 울음소리는 158㏈이나 된다. 이는 수류탄이 1m 거리에서 터질 때 나는 소리에 버금간다고 한다. 울음이 아니라 소음이다.

▶지난 세기 최고의 인기상품은 아파트였다. 국민 10가구 중 7가구가 공동주택에 산다. 하지만 이제 아파트는 아프다. '공공의 이웃'이 내는 소음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공공의 적'들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운이 나쁘면 재수 없는 이웃을 만나게 되고, 천장과 거실 바닥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특히 한밤중에 그악스럽게 쿵쾅거릴 땐 신경쇠약이나 분노장애를 넘어 살의까지 느끼게 된다. 물론 바닥판을 210㎜ 정도로 두껍게 하면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데, 요즘 아파트는 대개 그 절반 두께다. 업자들도 나쁜 이웃이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우린 빛과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이불속까지 파고든 스마트폰 빛 공해다. 빛은 방충망에 달라붙어 매미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수십 년 전에는 촛불에 의지해 어두운 밤을 보냈지만 지금은 촛불 수백 수천 개에 해당하는 강렬한 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켜고 산다. 인간은 수만 년에 걸쳐 어둑어둑해지면 저녁을 차려먹고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젠 빛과 어둠의 패턴을 잃어버렸다. 창문을 꼭꼭 가리고 그것도 모자라 눈가리개까지 해야 날이 밝는다. ‘올빼미’(날을 꼬박 새움)들이 ‘종달새’(아침형 인간)로 바뀐 것이다.

▶오감(五感)이 죽어가고 있다. 빛으로 시각(눈의 망막)을 잃었고, 소음으로 청각(귀의 달팽이관)을 잃었다. 매연으로 후각(코의 비점막)을, 달달하고 짠 음식으로 미각(혀의 미뢰)을 잃었다. 세상에 만져지는 불편한 촉각(피부)들 때문이다. 우린 진정으로 유해하지 않은 것들을 보고, 듣고, 맡고 느끼며 살고 싶다. 물론 유해성은 오감과 일치하지 않는다. 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안전하다곤 할 수 없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고, 냄새가 난다고 유해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속의 층간소음'을 어찌할까. 그저 참고 사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공자님말씀만 외쳐야하는 것일까. 사람 짖는 소리가 고약해 휘발성 강한 생각들이 점멸하는 밤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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