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 수필가
[에세이]

주말 오후가 되면 성당 주차장은 아이들만의 놀이터가 된다.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흥이 절로 난다. 이 아이들은 한 주간 내내 학교와 학원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교실 안 타짜들'이라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한참 피어나야 할 어린 학생들이 사행심 깊은 도박에 빠져들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먹먹했다. 기사에 따르면 불법 온라인 도박이 교육의 현장인 교실안까지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불법 도박사이트는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초등학생조차 손쉽게 접속할 수 있고 미성년자라도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대부분 가입이 가능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었다. 여기에 실제 학생들 사이에서는 사다리 게임 등 불법 도박이 낯설지 않으며 오히려 돈을 따는 경우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는 경우까지 있어 심각한 상황이었다.

앞으로 나라의 일꾼이 될 소중한 아이들이 어쩌자고 스스로 탈선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일까. 그것도 엄연한 교육의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청소년도 예외는 아니어서 OECD 회원국 중 꼴찌에 이를 정도로 아이들은 삶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업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무한경쟁 시대상황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학업성적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돈과 지위에 대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 그 가치로 인해 아이들은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저당 잡힌 듯 강제로 끌려가는 아이들은 제대로 꿈을 꿀 수도 펼칠 수도 없다. 분재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자연에서 자유롭게 자란 나무만 하겠는가.

아이들이 게임중독 혹은 사행성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잘못된 교육정책과 충동조절 능력 부족, 접근성이 쉬운 스마트폰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적절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입시 위주의 공부형식을 바꿔 청소년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 놀이와 문화예술을 통해 억압된 정서를 방출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허락해 아이들이 건강하고 건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아이들은 창의적이고 긍정적 사고로 올바른 삶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장래는 밝고 희망적이지 않겠는가?

공 차느라 땀범벅이 된 아이들이 폭죽처럼 웃음꽃을 날리고 있다. 어느새 해는 서산을 뉘엿거리는데 아이들은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제왕처럼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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