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충북수필문학회장
[아침마당]

얼마 전 한 조간신문에 국회의원들의 마늘 캐기 봉사 사진이 크게 실렸다. 마늘의 고장인 경상북도 의성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마늘을 한 움큼씩 쳐들고 활짝 웃는 사진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마늘 캐기 봉사활동을 끝내고 도정 현황과 과제를 협의하는 소통의 자리가 되었다고 하니 정말 활짝 웃을 만한 일이다. 독자들은 이 사진 기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반응도 있을 것이다. 신문기사처럼 부족한 농촌의 일손도 돕고, 지역 주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 소통과 화합의 자리라 생각해 변화하는 국회의원 모습에 희망을 가질 것이다.

반면 지역출신 비례대표의원이 주선한 모임에 지역구 의원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다른 독자도 있을 것이다. 혹시 이 분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갖고 썩은 마늘 냄새만큼이나 역겹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단양 마늘과 함께 의성 마늘은 품질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단양에 가면 단양 마늘이 으뜸이라 하고, 의성에 가면 의성 마늘이 으뜸이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마늘 먹는 우리 민족을 혐오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 독특한 냄새가 역겹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마늘을 넣은 우리 김치를 건강식품으로 여기기도 한다.

최근 들어 마늘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단양에 가 보니 마늘을 주재료로 하는 식당도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한류가 아니라도 마늘을 넣은 음식은 그 유용성 때문에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식품 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마늘은 매우 유익한 식품이라고 한다. 소화를 부드럽게 유도하고, 구운 마늘을 고기와 함께 먹으면 단백질이 응고되는 현상을 막아 준다고도 한다. 또한 나트륨이나 노폐물을 배출해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니 이보다 더 좋은 먹거리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항균작용으로 식중독도 예방한다니 야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마늘을 먹어야겠다. 마늘은 건강식품으로써 몸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아주 재미있다. 단군신화에 보면 곰이 마늘을 먹고 삼칠일 동안 금기생활을 한 후 인간으로 변했다고 한다. 곰이 어떻게 사람으로 변하느냐며 허황된 이야기라 여기겠지만 신화를 교육학적으로 이해하면 간단히 의미파악이 된다. 수성(獸性)을 지닌 곰토템 부족의 한 여인이 마늘과 쑥을 먹으며 절제와 금기생활을 한 결과, 인성(人性)을 지닌 훌륭한 여성으로 거듭났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환웅부족의 남성과 혼인으로 연합해 훌륭한 정치인인 단군을 낳은 것이다. 마늘의 매운 맛은 먹을 때는는 고통스럽지만 수성을 환골탈태시키는 좋은 먹거리다. 우리 조상들은 마늘이 육체의 오염만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오염도 씻어준다고 생각한 예이다. 정치인들이 마늘 캐기 봉사를 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왕 좋은 일을 했으니 이참에 마늘을 많이 먹고 육체와 영혼을 정화해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직종이 '국회의원'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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