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전용 천주교대전교구산성동성당 주임신부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에는 외딴 곳도 많고 사막과 정글, 그리고 살인적인 더위와 열악한 환경, 무서운 짐승들 속에서 길동무 없이는 멀리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긴 속담이란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생의 긴 여정을 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인생의 동반자가 아닐까? 세월이 갈수록 남자는 아내를 찾고 여자는 친구를 찾는다고 한다.

이유는 남자는 젊었을 때 가정보다는 친구들을 좋아해서 술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오다가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져서 집에 일찍 들어와 아내만 찾고, 여자들은 젊어서는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에 정신없는 세월을 보내다가 자녀들이 커서 각자 알아서 할 때부터는 마음이 공허해지기 시작하면서 시간도 많아져 점점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 생활을 할수록 사랑이 성숙해지고 익어가는 것이 아니라, 식어지고 차가워지는 부부들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며 나머지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노부부를 볼 때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정과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살면서 가장 소홀히 대하는 것도 역시 가정과 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잘 알고 너무 편해서, 때로는 언제나 내 편이라는 생각에 무시하고 막 대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함께 가는 동반자, 그것이 바로 가족의 개념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매순간 숨을 들이 마시며 살고 있다. 하지만 공기의 소중함이나 감사는 커녕 그 존재 자체조차 잊고 살 때가 많다.

가족이 바로 우리 각자에게 그런 존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의미있고, 가장 중요한 동반자. 그러나 때로는 그 존재 의미를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정말 많은 가치와 의미들이 희미해져 감을 느낀다.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 라는 라틴어 속담이 있는데,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잔인한 일도 저지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할 때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들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면 그 가정은 훌륭한 삶의 보금자리요, 안식처가 되며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좋은 기초가 되리라 믿는다. 오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는 누구인가?

그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기를, 그리고 행복하게 삶의 황혼까지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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