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농·어촌지역 군수협의회장
[시론]

행정자치부가 지난 4월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재정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도가 시·군에 배분하는 조정교부금제도를 개편해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에 유리하게 배분 기준을 변경하고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에 조정교부금을 우선 배분하는 특례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공동세(수평적재정조정제도)로 전환해서 시·군에 골고루 배분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교부단체인 수원, 성남, 과천, 화성, 고양, 용인은 약 8000억원의 세수 감소를 주장하면서 개편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이번 개편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비수도권 일부 자치단체가 지지의견을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간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정책을 추진하면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지방재정개편은 정부에서 확실한 명분과 의지를 가지고 조속히 추진하여야 한다. 먼저 지방자치단체 간에 뺏고 빼앗기는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조정교부금 제도가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해서 많은 손해를 입은 군지역의 경우 미래전략산업 위주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세계화 추세에 따른 농산물 개방의 지속적 확대 및 복지비 부담 증가 등으로 살림살이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당하고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정부차원의 제도적 중대 사항이 찬·반 여론에 의해 결정되거나 또는 반대여론에 부딪혀 좌초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세수가 감소되는 자치단체도 내 세수를 빼앗긴다는 생각이 지나쳐도 안 된다.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원인 기업들이 당해 시 지역에 입주하게 된 것은 좋은 입주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도로개설, 공단조성 등 그러한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필수적으로 국·도비가 많이 투자되었다고 하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그동안 국·도비 지원혜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던 지역이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 6개 불교부단체에 대한 조정교부금 우선배분 제도를 시행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경기도에서 더 많은 교부금을 배정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그 제도를 마련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국 도 지역에서는 도내 시 지역 일부 자치단체에서 세수감소가 예상되어도 재정이 열악한 군지역을 배려하여 이번 제도 개선에 동의하였고 청주시장의 경우 100억 원 정도의 세수감소가 예상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라며 동의 의사를 문서화하여 행정자치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만약 이번에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이루어져도 자치단체 간 재정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번 제도개선 추진과 관련하여 정치권에서도 이를 정리당략 차원에서 생각한다거나 자신의 지역구 유불리를 따져 반대하여서는 안 된다.

지난달 전국농어촌지역 군수협의회 임원 등이 3당 원내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했을 때는 모두 이해되고 동의한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최근 당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한 발 물러서는 정당이 있는 것 같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불교부자치단체장의 입장도 일면 이해는 된다. 이유가 여하든 세입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다는데 민선단체장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번 제도개선은 조정교부금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것이고 나아가서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사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일부 자치단체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이를 미루거나 포기한다면 전국 82개 군지역 자치단체장과 국민들로부터 더 큰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이번 지방재정 개편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속히 추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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