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과 500만 충청인이 함께 보낸 올해는 그야말로 명암이 엇갈리는 한해였다. 무엇보다 신행정수도 건설 후보지가 연기·공주지역으로 확정되고, 또한 특별법의 위헌 결정과 함께 충청권에 휘몰아친 기대와 분노가 내내 요동쳤던 한해였다.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가 걷잡을 수 없는 상실감으로 반전되면서 충청인들은 도내는 물론 상경시위까지 벌이면서 정치권을 규탄하기에 이르렀다. 끝내 예정지역 '2160만평 우선 매입'과 '신행정수도 계속 추진' 원칙은 얻어냈지만, 충청권의 올 한해는 영영 개운치 않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해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충청권의 2004년은 희망과 보람에 찬 한해이기도 했다. 대전시와 대덕연구단지의 숙원인 대덕연구개발(R&D)특구법의 국회 통과로 대덕단지가 조성된 지 30년 만에 연구개발과 생산기능까지 갖춘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할 전기를 맞았다. 내포문화권 특정지역 지정은 충남을 백제문화권과 더불어 2대 축으로 개발하게 된 대단위 사업이다. 당진항이 제 이름을 찾게 된 것도 오랜만의 쾌거였으며, 13년간이나 방치상태에 있던 석문산업단지의 개발이 가닥을 잡은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충북 진천군이 태권도공원 대신 '제2선수촌'을 유치한 것이나 원흥이방죽 생태계 보전방안을 찾게 된 것도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문제와 관련, 충청권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충청권이 거둔 최대 수확이랄 수 있다. 충청권 418개 시민사회단체가 총망라된 '신행정수도 지속 추진 범충청권 협의회'는 애초에 충청권은 하나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신행정수도를 갈망하는 충청권의 염원이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지만, 우리가 모처럼만에 결집시킨 충청인의 에너지가 계속해서 충청권 발전의 활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결국 500만 충청인은 2004년 한해를 무심하게 보내지 않았다는 데서 보람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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