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구민들에 수평적 관계 대화
안희정 지사 대권주자 거론 지지
작년 지방채 80억 조기상환 성과
민선6기 아동·여성친화도시 목표

▲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올해는 민선6기 들어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렸던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해”라며 “도시의 외연확장을 통한 양정성장과 병행해 개성과 품격, 격조 높은 도시문화를 창출해 사람과 자본, 산업과 일자리가 모이도록 유성의 매력자본을 키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4·13 총선이 두 달 지났다. 민선 6기도 어느덧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대선도 내년 말로 다가왔다. 그래서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의 고민도 깊다. 최우선으로 챙기는 ‘유성구청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에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관계까지…. 인터뷰에선 구청장이자 정치인으로서, ‘인간 허태정’의 고민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담=이선우 정치사회부장]

-최근 SNS에 구청장실을 직접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 7일 점심을 먹고 즉흥적으로 한 것이다. 평소 구민들이 구청장실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이 떠올라 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올리고 나서 보니 유성구청 직원 중에서도 청장실에 들어온 사람이 절반이 채 안 되는 것 같다. 국장급, 과장급은 보고 때문에 들어오지만 나머지 분들은 청장실을 방문할 기회가 많지 않다. 직원 입장에서도 청장실이 어떤지 궁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지도 않은 방이지만, 청장이 어떤 곳에서 업무를 보는지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한 일이다. 이것도 일종의 소통이 아닌가.”

-허 청장이 생각하는 소통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아이와 대화할 때를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은 무릎을 낮춰 아이와 키를 맞추고 눈 높이를 같이 한다. 또 한 사람은 선 채로 아이와 이야기를 한다. 둘 중 어느 모습이 자연스러운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수평적 관계에서 대화하는 것이다. 같은 시선에서 마주 보고 대화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처지에 맞춰 나를 낮추는 일이다. 서로 나이와 직책이 다른 상황에서 수직적 자세로 대하는가, 수평적 자세로 대하는가는 큰 차이가 있다. 상대방을 고려해서 나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총선이 2개월 지났다. 늦었지만 평가를 묻자면.

“4·13 총선은 현 정부의 오만한 자세에 대해 국민이 공분을 일으킨 것으로 본다. 누가 뭐래도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8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경제 상황의 악화, 소득과 사회적 불평등 격차가 더 커졌다. 거기에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는 통치자적 태도와 집권여당이 현상을 풀어가는 데 보여준 무능력 등 크게 3가지 요소가 총선에 작용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공천을 잘했거나 잘못했다는 그런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총선 결과는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권력을 오래가진 집단이 실각했다고 해서 그동안 힘이 잔뜩 들어가 있던 어깨가 갑자기 풀일 일은 없다.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기존 권력과 새로운 세력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대선도 총선 결과가 상당부분 연장되는 모습이 비쳐질 것이다. 다만 정치라는 것은 외적 충돌, 돌발적 변수가 많이 존재하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요즘 대권 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안 지사가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인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국민의 희망과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은 정치인으로 고맙고 행복한 일이 아닌가. 대통령 출마와는 별개로, 이를테면 구청장이 일을 잘하면 다음 시장선거에 거론되는 것처럼 누군가로부터 역량을 평가받는 것은 마음 뿌듯한 일이다. 시기적으로 안 지사가 50대에 들어갔다. 또, 대통령을 만든 경험과 도지사로서의 풍부한 행정 경험이 큰 바탕이 될 것이다. 대선에 모든 것을 준비하고 채워진 채 나선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0대에 당선 됐을 때 모든 것을 갖추고 당선된 것이 아니다. 미국 상원의원 한 번하고 대통령이 됐는데, 미국사회가 충분히 수용하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부족했지만 채워나가며 대통령의 역할 수행했으니 재선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안 지사가 대선에 나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영호남 지역 패권 싸움에 밀려 충청권이 2인자 3인자에 머물렀던 구조에서 이제는 탈 지역패권주의를 할 시기가 도래했고, 충청권이 그 역할을 맡는다면 동서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국가 대통합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안 지사와 정치적 유대가 깊은 것으로 안다. 4·13 총선 전에 거취고민은 없었나.

“당연히 고민을 했다. 개인의 정치적 비전과 현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늘 한다. 나도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앞으로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총선은 고민의 시기이자, 여러 가지를 정리하는 기간이었다. 구민이 뽑아준 구청장의 자리를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치인이 꿈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꿈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무엇을 하려 발버둥 치지 말되, 때가 왔을 때 준비가 안 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구청장실 책상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있는데.

“우리 사회가 노무현 프레임을 두고 ‘친노’나 ‘비노’로 갈리고, 또 세간이 이를 평하고 있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이용수단으로 삼아왔을 뿐 그가 무엇을 했고,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는 누구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은 저에게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지 가르쳐준 사람이다. 물론 그가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기간 중 해온 정책 중에는 실패한 것도, 극복해야 할 것도 많다. 대통령으로 완벽했다는 것이 아니지만, 정치인으로서 그가 보여준 비전과 자세는 존경할 일이고 따라가려 노력한다. 국민을 생각하는 겸손한 자세, 따듯한 마음, 정의를 위해 싸웠던 당당한 모습을 쫓으려 한다.”

-독서광으로도 소문이 났다.

“디지털문화가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독서문화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의 바쁜 현대인들에게 독서는 어쩌면 어려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과 유연한 사고를 위해서는 내면의 자기성찰이 필요하고 이는 책을 통해 길러진다고 본다. 구청장으로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고 직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를 위해 생일을 직원들에게 해당 달에 책을 선물하고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책 첫 장에 좋은 구절도 직접 적어서 선물하고 있다. 유성구의 역점 정책인 도서관 정책에 대한 단체장의 의지와 함께 공직자들의 공감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선 6기가 절반이 지났다. 그간 성과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건전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난해 80억 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전액 조기상환해 부채제로 도시를 선언했다. 이런 정책기조 속에 중부권 최초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하여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또 선행 지자체로부터 학습한 도시형 로컬푸드는 이제는 역으로 타 지자체의 부러움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더불어 대덕특구 인프라와 자원을 결합한 꿈나무 과학멘토 사업, 청소년 나BE 한마당, 내 아이 진학설계, 대학입시박람회 개최를 통한 성공 경험은 청소년수련관 개관, 청소년 진로진학지원센터 출범을 앞당긴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권역별 거점도서관인 관평도서관을 비롯하여 걸어서 10분 거리인 영어마을도서관, 별똥별 과학도서관 등 테마형 작은도서관 개관 등 평생학습 도시의 기본 틀을 구축한 것도 큰 보람이다. 유성구에서 처음 시작한 출생사망원스톱 서비스는 중앙정부에서 인정하여 작년부터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큰 성과는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기관인 지역발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지역주민 삶의 질 만족도 조사에서 전국 5위, 비수도권 1위를 한 것이다.”

-지역발전 계획으로 매력 유성 조성을 꼽았다.

“올해는 민선6기 들어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렸던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해이다. 이에 올해 구정방향을 매력유성 만들기로 정했다. 도시의 외연확장을 통한 양정성장과 병행해 개성과 품격, 격조 높은 도시문화를 창출해 사람과 자본, 산업과 일자리가 모이도록 유성의 매력자본을 키우고자 한다. 매력유성의 핵심 본거지로 온천로 주변과 충남대와 카이스트 대학가를 잇는 가로축, 갑천변과 유림공원 일원을 잇는 세로축을 묶는 '매력유성 가치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변화의 출발점을 아이와 여성에 두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여성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구체적인 정책으로 반영하는 ‘아동·여성친화 도시’를 선도할 계획이다. 여성과 아동친화를 담당하는 별도의 전담조직 신설하고,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제정 등 유엔 아동권리 협약을 기반으로 해 유니세프의 공식 인증을 받는 대전 최초의 아동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

-세종시가 커지면서 유성도 발전하고 있다.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유성은 많은 직·간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가족이 유성에 둥지를 틀면서 인근 주변지역의 지가상승과 상권 활성화 등 사람이 모이고 돈이 풀리는 선순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세종시가 자족도시로서의 면모를 제법 갖추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행정타운이라는 세종시의 지역특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유성구 장점인 DCC, 특급호텔, 편리한 교통 접근성, 풍부한 교육·과학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결합한 정부·지자체·산하 연구기관간의 각종 회의산업(MICE) 유치에 대전시와 정책 공조를 통해 힘을 기울이는 한편 세종시와 공동 활용이 가능한 각종 기반시설의 확충 등 양 도시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정리=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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