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저성장 등 대외여건 악화 지속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성장 발목잡아
지역별 산업특화 약세… 내수 둔화 가능성
기업구조조정으로 성장발판 마련하고
잠재리스크에 대해 엄정한 진단 필요
FTA 적극 활용 소비재시장 공략해야

지속적인 대전·충청지역의 경제적 난항으로 지역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모색에 비상이 걸렸다. 충청투데이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그동안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화 속에서 충청권을 둘러싼 경제 여건의 변화를 살펴봤다.

본보는 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과의 대담을 통해 저성장 기조에 진입한 충청권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파악하고 구조적인 요인에서의 지역 경제상황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담=최진섭 경제부장)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대내외 경제여건이 많이 변했는데, 충청권을 둘러싼 최근의 여건 변화를 살펴본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도 벌써 8년 가까이 지났지만, 세계경제는 아직도 ‘오랜기간의 과도한 저성장’(too low growth for too long period)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는 위기 이전의 성장 추세에 점차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미국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준의 양적완화와 오바마 행정부의 재공업화 정책 등에 힘입어 최근 4~5년간 경기지표가 꾸준히 호전되는 가운데 지난 연말에는 연준이 금리 정상화를 시작했다. 다만 금년 5월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되면서 6~7월중에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종전 시장전망에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연초 불안정을 보였던 금융시장은 진정세로 돌아섰으나, 제조업 등 전통적 산업은 아직 뚜렷한 회복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로존,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 역시 마이너스 기준금리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 개선세는 미약한 상황이다. 한편 자원부국의 경우 최근 원유가격 반등으로 경기여건이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경제는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지표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교역재시장의 위축 등 대외여건의 악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대중 수출 의존도가 26%에 달하는 국내경제에 있어 중국의 성장둔화가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조선업, 해운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시장 역시 연초의 혼란은 다소 벗어나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나 미국 기준금리 전망에 따라 주가가 크게 등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역민들은 충청권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지역 경제상황을 진단한다면?

“충청권 경제는 산업구조의 지역별 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전은 GRDP내 서비스업 비중(2014년)이 77.3%에 달하고 있고, 충남의 경우 철강·석유화학·전자산업 등이 밀집해 있는 아산만 벨트 4개 지역(천안·아산·서산·당진)의 GRDP 비중(2013년)이 76.9%에 이르고 있다. 우리 지역경제는 이러한 지역별 산업특화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대전의 경우 1990년대에는 둔산지역 개발, 엑스포 개최 및 대전정부청사 이전 등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KTX 개통, 행정수도 건설 등으로 견조하게 성장해왔다. 충남은 수도권 규제 강화, 경제성장에 따른 중국의 수입수요 확대 등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생산공장이 이전하면서 2000년대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성장동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경제는 그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건설 및 서비스업 관련 대형 프로젝트들의 효과가 많이 소진됐으며, 충남의 경우에는 2008년 이후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중국의 성장둔화 등으로 기업투자 및 대외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 및 충남지역의 2012~14년중 평균 경제성장률은 1.8% 및 5.0%로 2001~10년중 평균인 3.3% 및 7.4%에 비해 상당폭 낮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충청권 경제는 두 분기 연속으로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등의 수요둔화로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주력산업의 생산이 주춤했다. 또 고용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이에 따라 내수가 둔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충청권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면서, 그 원인을 구조적인 요인에서 찾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지역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충청권 경제는 전자·석유화학·철강 등 주력 제조업 및 내수의 성장둔화와 함께 저성장 기조에 점차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저성장 기조는 크게 세 가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과거 우리 지역경제가 크게 의존하여 왔던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이 붕괴하면서 공급과잉과 구조조정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세계경제는 가치사슬 측면에서 볼 때 세 가지 축(트라이앵글)으로 이뤄져 있었다. 세계시장으로서 미국 등 선진국, 둘째 세계공장으로서 중국 등 신흥국, 셋째 중동 등 자원생산국이 그것이다. 그러나 위기 이후 저성장의 지속과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인해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통적 제조업과 원자재부문을 중심으로 공급과잉 및 구조조정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고 있고 충남의 제조업도 이러한 역풍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우리 지역경제가 수출의 45%를 의존하고 있는 중국경제가 공급측 구조개혁 등을 통해 ‘뉴노멀’(New Normal, 新常態) 시대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성장 패러다임은 조립가공 제조업 중심의 투자·수출 주도형에서 첨단 제조업·서비스업 위주의 소비·내수 주도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면서 우리 지역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밖에 가계부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지역의 가계부채가 전국평균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 및 내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간 경기둔화를 겪으면서 소득증가율도 낮아지고 있어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가계부채 부실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경우 우리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잘 해결돼야 우리경제의 잠재 성장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떠한 해결책이 있다고 보는가?

“우선 눈앞에 닥친 과제인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산업구조의 ‘새판 짜기’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잠재성장력을 시급히 제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우리지역의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발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우리경제 내부에 경쟁력 없는 산업 혹은 기업들을 그대로 연명토록 할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한계기업 등의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산만 벨트 등 우리 지역이 미국의 디트로이트나 스웨덴의 말뫼 같이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구조조정 문제가 글로벌한 현상인 만큼, G2리스크 등 글로벌 여건에 따른 잠재리스크에 대해 엄정한 진단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별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지역의 경우 G2리스크 부각시 주력산업의 한계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정상기업보다 한계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을 구조조정 플랜 수립 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비춰진다. 셋째로는 이번 구조조정은 낡은 밸류체인의 균형이 깨지면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과거 IMF 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IMF 위기와 같이 재무적 관점에서 기업구조 개선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새로운 밑그림이 필요하고, Destruction의 관점이 아니라 Creation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 하겠다. 특히 지역 산업구조의 ‘새판 짜기’에 있어서 우선 우리지역이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10여년간 경제협력관계가 빠르게 강화되어 왔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지역산업 전반의 ‘새판 짜기’가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의 수출상품을 중간재 중심에서 융복합·소비재·서비스 중심으로 조속히 전환하는 한편, 한중 FTA 등을 적극 활용해 중국 소비재 시장을 직접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충청권 경제와 지역 중소기업의 대중 소비재시장 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한·중협력 플랫폼(platform)을 육성하고, 더 나아가 한·중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광범위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대중국 교역·물류네트워크·투자·관광 등 다각적인 교류협력채널 구축 등을 통해 중국경제의 뉴노멀화에 따른 기회요인을 극대화하는 것이 매우 긴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리=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은?

△홍익사대부고 졸업 △고려대 법학과 졸업 △Univ. of California Santa Barbara 경제학 석사 졸업 △한국은행 입행(1984년 2월) △경제통계국 △외화자금국 팀장 △대구본부 팀장 △국제국 국제총괄팀장, 외환업무부장 △북경사무소 사무소장(2013년 3월) △대전충남본부 본부장(2015년 1월)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