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공자가 어느 날 태산의 한 기슭을 지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공자가 일행과 함께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풀숲 사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한 여인이 구슬프게 울고 있는 게 아닌가. 공자가 사연을 묻자, 여인은 “몇 년 전에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신 후, 작년에는 남편이, 이번에는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다”고 흐느꼈다.

“그런데도 부인은 왜 이사를 가지 않습니까?”

공자의 물음에 여인은 한숨을 내쉬며 “그나마 이곳에는 못된 벼슬아치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공자는 이를 두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고 일컬었다. 그만큼 정치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호환마마 보다도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우리는 4·13 총선을 통해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그러나 그들이 선량(善良)이 될지, 아니면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불량(不良)한 존재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회 정용기 의원(새누리당·대전 대덕)이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자동차소음관리법’을 손 볼 것임을 예고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추진해 온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악 척결에 나서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외제차나 견인차 등의 머플러(소음기)를 개조해 지축을 울리며 굉음을 유발하는 폭주족을 뿌리 뽑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실제,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많게는 수십 번 귀청을 찢을 듯하는 소음을 유발하는 소음기 개조 차량을 목도한다. 그들이야말로 칼 든 흉악범과 다를 게 없다. 밤이나 낮이나 시도 때도 없이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하는 그들을 보면 대한민국에는 과연 ‘법’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미치려면 혼자나 미칠 것이지, 남한테 피해를 주면서까지 소음을 유발하는 이유는 무슨 심보란 말인가. 무법천지가 다름없다. 4대악을 척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사생활을 짓밟는 소음유발자도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머플러는 원래 내연기관이나 환기장치로부터 나오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멀쩡한 머플러를 개조해 일부러 굉음을 내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에게 ‘자동차소음관리법’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그들은 보면 이 나라의 경찰은 왜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안전띠 단속보다 어찌 보면 그들을 단속하는 게 급선무다. 엄청난 소음을 유발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정신병자도 바로잡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찌 ‘국민 행복’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이상 도로를 그들의 미친 질주를 위해 내어줘서는 안 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회양태는 ‘오불관언(吾不關焉)’식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경찰의 미지근한 단속으로는 한계가 있다. 성폭행범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듯,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철없는 그들의 발목에도 족쇄를 채워야 한다.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법치를 제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폭주와 굉음은 그들에겐 스릴일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에겐 말 그대로 고통일 뿐이다. 그런 망나니도 때려잡지 못하면서 나라가 바로 서길 바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미치광이에겐 몽둥이가 약이다. 무차별적인 소음을 유발하는 그들의 광란을 막을 수 있는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선량한 정치는 만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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