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

요즘 '유기농'이란 말만 들어가 있으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애를 키우는 집에서는 일반 상품에 비해 평균 2~3배 가량 비싼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유기농' 마크에 집착하게 된다. 왠지 '유기농' 마크가 있는 식품이라면 유해한 것들이 최소로 들어있을 것만 같은, 그 말만으로도 어느정도 안심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서 조그만 지역 축제가 열렸는데 우유 판촉을 하는 사람들이 내민 광고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들이 내세운 것은 자기네가 우유를 착유하는 소들에겐 항생제를 최소화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우유보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규제가 없는 곳으로 각 축산 농장과 양돈장, 수산 양식장에서 농장주 혹은 양식장업주의 자가처방으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자신들이 항생제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 자랑이 될 만한 것의 배경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의과대학인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2009년에 판매된 항생제의 80%는 가축에게 사용됐고, 20%만 사람의 치료를 위해 쓰였다고 하며, 이렇게 쓰여진 항생제는 토양과 물 등으로 스며들어 내성균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항생제의 오남용이 전 세계적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소리 높여 경고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항생제 남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나라는 특히 귀 기울여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개를 고기로 먹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는 데다가 반려동물에 투여되는 항생제는 버젓이 동물약국에서 규제 없이 팔리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오히려 수의사의 처방이 강화가 되고 수의사에 대한 교육 강화로 규제가 더 돼야 하는 실정에서 우리나라는 동물전용약품은 약국에서 사도 되는 것으로 허가한데다가 자가치료의 조항이 존재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개를 키우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는 자유롭게 약물을 사서 투여할 수 있는 역주행하는 나라가 됐다.

물론 여기서 범주한 동물전용약품에는 항생제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 동물농장에서 소위 '강아지 공장'이라는 곳의 상황은 단순히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목도했다.

가장 어처구니 없는 것은 수의학을 배우지도 않은 사람이 개를 열악한 환경에서 수술하는 장면이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수술 이면에 얼마나 많은 약물의 자가처방이 이뤄졌을까. 외과적인 치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과적인 치료는 실제로 더욱 문제를 자주 일으키지만 눈에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줄 모르는 부분이다. 비단 이곳뿐일까?

굳이 입으로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개를 집단으로 키우는 곳에서 항생제를 오·남용 한다는 사실은 암묵적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더 깊게 생각해보면 항생제라는 것은 '세균'의 감염이 문제가 되는 원발적 혹은 다른 질환에 이어 속발할 수 있는 이차적 질환의 치료제다.

하지만 정확한 적응증이 없이 '동물이 아프다=항생제'로 자리잡은 인식이 아쉽다.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내 건강을 지키는 일, 나의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일, 우리나라에 함께 사는 동물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 그것은 아주 작은 '나'의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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