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아침마당]

저녁 무렵 초등학교에 다니는 옆집 아이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길래 왜 혼자 놀고 있냐고 물었다.

친구들이 학원에 가서 함께 놀 친구들이 없다고 얘기를 했다.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아이들은 계속 또 다른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얼마 전 기사에서 한국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시간은 34분인 반면 미국은 119분이라는 기사를 봤다. 지금 어른들의 아동기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골목길에서 실컷 놀다가 저녁 먹을 무렵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현재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대한민국 아이들의 생활시간은 어떻게 될까? 올 5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11차 아동복지포럼에서 아동옹호를 위한 지표와 지수의 의미와 역할에 따르면 '아동균형생활시간'을 정의하고 있다. 이는 아동의 주요 생활시간인 ‘수면(생존권)’, ‘공부·운동(발달권)’, ‘미디어(참여권)’가 아이들의 발달과 권리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시간을 의미한다.

수면시간은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의 가이드라인은 하루에 9시간 이상 12시간 미만을 권장 수면시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부시간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부과하는 숙제시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효과에 관한 것으로 학자에 따라 학년에 기준하는 시간은 다르지만 초등고학년은 30~120분, 중학생 60~150분, 고등학생 90~180분을 권장하고 있다. 운동시간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을 참고해 전 연령대 하루 최소 1시간 이상을 권장하고 있다. 마지막 미디어시간의 경우 미국 소아과협회(AAP) 및 호주 보건부의 기준에 따르면 유아는 하루 1시간 이하, 초등 저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는 하루 2시간 이하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 아이들의 생활시간은 권장시간 만큼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 만 10~18세 아동 총 100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수면시간은 초·중·고 전체에서 잠을 충분히 잔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렇다' 52.1%, '그렇지 않다'가 37.1%로 답변했지만 고등학교 연령대가 되면 60% 이상의 학생들이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고 있다. 공부시간은 권장공부에 해당하는 아동이 30.3%로 나타나 69.7% 아동이 권장 공부시간 기준을 벗어났으며, 공부시간 과다로는 초등학생 63.5%, 중학생 41.0%, 고등학생 48.4%로 나타났다.

운동시간은 1주일에 '0회' 운동하는 초등학생이 20.3%, 중학생, 32.1%, 고등학생 35.1%이다. 미디어시간은 초등학생이 '게임(스마트폰)' 32분, 중학생 'SNS(스마트폰)' 50분, 고등학생 'SNS(스마트폰)' 51분으로 가장 길었으며, '학습 및 정보검색' 시간이 가장 짧았다. 아동균형생활시간 기준 중에 아이들은 수면 영역은 31.7%, 공부영역은 30.3%, 운동 영역은 25.0%, 미디어 영역은 25.0%를 충족했고 총 4가지 영역 중 3가지 이상을 동시에 충족하는 아이들은 6.7% 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특정 활동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면 다른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도한 학업과 입시준비로 필수적인 수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적정한 운동을 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 무엇인지 한번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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