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렇다고 아예 공짜를 거부할 수도 없다. 아무리 깨끗한 척 해도 공짜 밥, 공짜 술이 제일 맛있는 법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끄럽다.

김영란 씨는 40대 나이(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에 여성 최초 대법관을 지냈고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남편은 대선에도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다.

그녀가 제안한 '3·5·10룰(法)'의 상한선은 3만원(식사비)·5만원(선물비)·10만원(경조사비)이다. 일명 '3만원법'이라고도 불린다.

▶공짜점심은 맛있다.

부자들치고 자신의 돈을 설렁설렁 여기는 사람은 없다. 부자들도 공짜를 좋아한다.

하물며 목숨 바쳐 번 돈을, 아무 대가 없이 공짜로 막 주지도 않는다. ‘피 같은 돈’이란 말은 있어도 ‘물 같은 돈’이란 없다. 선물과 뇌물, 대접과 접대의 경계는 분명하다.

발 뻗고 자면 선물, 그렇지 않으면 뇌물이다. 서서 받으면 선물, 앉아서 받으면 뇌물이라고도 한다. 웃고 받으면 선물, 그냥 받으면 뇌물이다. 또한 바라는 게 없으면 선물, 바라는 게 있으면 뇌물로 간주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32년간 법조계에서 투신했다.

평범한 일반 조직사회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때문에 떡과 밥과 술을 공짜로 먹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짜 좋아하는 고위공직자 ‘피라미’ 몇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자 크게 놀랐을 것이다. 그녀는 돈 먹지 말고, 공짜 좋아하지 말라며 ‘떡밥’ 액수까지 제시했다.

투망이나 낚시질이 아니라 둑의 물까지 뺐다. 이렇게 되면 피라미만 죽는 게 아니라 논의 생장이 죽는다. 세상은 썩었다. 하지만 과연 굴비 2마리, 사과 7개, 한우 한 조각을 선물한다고 공정한(fair)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사실 ‘김영란법’을 두고 왈가왈부할 형편은 아니다.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가 100점 만점에 56점이다. 전체 168개국 중 37위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한달에도 수많은 축의금과 조의금이 나간다.

그런데 참 애매하다. 삼만원은 적고 십만원은 많다. 그래서 적정한 심리적 마지노선인 오만원을 낸다. 사실, 부조금은 물질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다. 그들을 향한 축복의 질량이 곧 사랑의 부피인 것이다.

그런데 그 한정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금액으로 단정한다는 건 무리다. 덜 내고 더 먹어도 범법자이고, 더 내고 덜 먹어도 범법자인가. ‘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요즘 세상에선 정답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불법보다는 합법의 중력이 크다. 법조문만 달달 외워서 틀에 맞춘다고 세상은 투명해지지 않는다. 밥은 2만9999원어치, 선물은 4만9999원어치가 ‘권선징악’의 경계인가. 민간인 적용 대상이 300만명 정도인데 정말 안 걸릴 국민이 있을까.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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