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이응노미술관 관장
[아침마당]

이응노미술관에는 아트숍이 있는데, 이응노화백의 작품을 소재로 제작된 다양한 아트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들은 작품을 소장하기엔 부담스러운 관람객들을 위해 작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수첩, 시계, 우산 등 저렴하면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들을 주로 준비해 놓고 있다. 미술관이 아트상품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관람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최근 미술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미술관들은 그동안의 소극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처럼 미술관들도 경쟁하기 시작했고,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해졌다.

이제 아트상품의 개발과 판매도 서비스차원을 넘어 홍보와 마케팅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이응노미술관은 다양한 작가를 다루는 일반미술관과는 달리, 이응노 화백의 깊이 있는 예술세계 연구하고 그의 대표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미술관이다. 특히 이응노 작품을 활용해서 아트상품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저작권을 확보한 경쟁력 있는 미술관이다.

한국화의 국제화에 모티브를 제공한 이응노 화백의 예술은 대전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서 새로운 시대의 문화를 열어가고 있다. 미술관은 문화시설로서의 단순한 역할뿐만 아니라 지금은 국가 혹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표기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책임이 요구된다.

최근 지역 문화브랜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대전시의 정책에 부합하여, 이응노미술관은 서민들의 소박한 풍경을 즐겨 그렸던 이응노 화백의 예술과 계룡산 자락에 조선시대 분청사기 제작기법 중에 지역적 양식이 독특한 철화분청사기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미술의 전통을 현대미술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했던 이응노 화백과 철화분청사기를 현대에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도예가들의 예술정신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철화분청사기는 투박하고 검붉은 태토에 담백한 한지 같은 귀얄로 막걸리색 분장토를 바르고, 그 위에 짙은 먹쑥색의 산화철로 주로 민화와 당초문, 추상문 등을 그린 도자기를 말한다고 한다. 계룡산 분청사기는 형태와 문양이 자유분방하고 서민적이면서 예술성이 뛰어나 전남 강진의 청자, 경기도 이천의 백자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도자기로 꼽힌다.

거장 피카소는 그림과 함께 도자기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는 발로리(Vallauris)라는 지역에 가서 20여년 동안 도자기 그림에 열중하며 말년의 예술혼을 도자기 그림에 쏟아부었다. 이응노 화백은 이미 작고하셔서 직접 도자기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그러나 심미한 도자예술의 극치 철화분청사기 위에 이응노 화백의 군상과 문자추상이 그려진다면, 20세기 피카소 도자기 그림에 필적하는 역사를 가로지르는 21세기 작품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응노미술관과 상신리 도자예술촌의 콜라보의 결과는 대전시의 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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