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청주시 공무원과 시의원, 심지어 후학 양성을 위해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학교 교장과 교사의 일탈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종착역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이들의 역주행은 이미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이 쏘아대는 오발탄은 삼류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저질코미디와 다를 게 없다.

청주시 공무원 2명은 설립된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한 단체에 2년간 6억 원의 보조금을 주고, 그러한 대가로 해외여행경비를 상납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또 여행경비를 상납받아 중국 광저우를 여행하면서 성 매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 사회의 저급한 수준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이런 불쾌한 사안을 언제까지 접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잇단 비위 행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이 이달 초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이 모 의원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바자회 수익금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주시학부모연합회장까지 맡고 있는 그녀는 바자회 행사 수익금 1800여만 원 중 700만 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과거에도 청주시가 발주한 다수의 도로포장 공사를 수의계약을 통해 자신의 회사에 수주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쯤되면 사법당국이 절대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청주시의회의 또 다른 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경비업체가 청주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 윤리위원회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징계요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아 ‘제 식구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의원들이 집행부 감시·견제 등 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민의 세금이 새는 곳이 없는지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의원들이 외려 부뚜막의 생선을 탐낸 격이니 하는 말이다.

충북 교단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4월 두달새 성 추문 관련 사안이 4건이나 터졌다. 한 20대 남자 교사는 같은 학교 여교사 4명을 주점이나 노래방 회식 도중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학교 교장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한 여성의 입을 강제로 맞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고등학교 50대 교사는 보충수업 시간에 여고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직위해제 됐다.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는 임용되기 전에 저지른 성범죄가 밝혀져 법정구속 됐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예로부터 진흙이나 숯불에 떨어진 것처럼 백성이 심한 고통을 겪는 ‘도탄지고(塗炭之苦’)’는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공복(公僕)들의 이러한 일탈에서 비롯됐다. 공자의 설화인 ‘예기(禮記)’를 보면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也·가정맹어호야)’고 전한다.

국민의 주린 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욕심부터 채우려는 몰염치한 소인배들이 민심을 외면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여성을 성적 노리개 쯤으로 여기는 교사들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대 모든 주체들이 초심으로 돌아가길 권면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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