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선병원 한호성 뇌졸중센터 소장
전문의 24시간 상주·고속道 접근성 좋아
‘핫라인’ 이용으로 대기시간 최소화 강점
질적 성장위해 장비·편의시설 점차 개선
증거 명확한 부분만 추려 진료지침 세워

유성선병원은 지난해부터 국내에선 최초로 뇌졸중과 관련된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이 진료과 별 칸막이를 없앤 통합 합동진료 뇌졸중센터를 운영중이다.

기존의 협진 개념을 넘어서는 환자 중심의 선진 뇌졸중 진료 시스템이다. ‘수익’적 측면을 고려하면 병원 입장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일로 인식되지만 시간을 다투는 병을 고쳐야 한다는 병원 내 의료진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것이었다.

그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뇌졸중전문치료실이 개소 1년을 맞았다. 불과 1년여 전 센터가 문을 열기 전 연간 뇌졸중 환자가 100명도 방문하지 않던 유성선병원에 지난해 1년간 300명 가까운 환자가 찾아와 멀쩡하게 병원 문을 나섰다.

역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치료를 받은 덕이었다.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뇌졸중전문치료실 한호성 소장을 1년만에 다시 만나 소회와 포부를 들어봤다.

◆빠른 성장세, 많은 환자 지켜냈다

한 소장은 1년 전 개소 기념으로 본보와 인터뷰를 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 때보다 많이 바빠졌다고 웃었다.

한 소장은 센터 개소 1주년에 대한 소감을 묻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진심으로 지난 1년이 참 빠르게 흘렀다. 센터 오픈했다고 인터뷰한 게 두어달 전 같은데 벌써 1년이 됐다”며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센터가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 몰랐다.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는 “통계를 보니 개소 전에는 1년에 약 100명도 찾지 않던 뇌졸중 환자가 개소 후 지난 1년간 300명 가까이 방문했다”며 “순수하게 입원을 필요로 한 환자를 기준으로 하면 환자수가 3배 정도 늘어났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환자들을 지켜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라고 했다.

한 소장은 “사실은 처음 시작 치고는 많이 와주셨지만 사실은 뇌졸중의 유병률이나 지역민의 인구 등 이런저런 것들을 따져보면 거의 안 오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일례로 유성구 인구수가 30만명이 넘는데 인구대비 유병률 따지면 연간 700명 이상의 유성구민이 뇌졸중을 겪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성구 환자는 80명 정도 방문하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아직도 우리 센터가 부족한 게 많고,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 이런 센터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시는 부분이 있어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며 “결국 지역민이 마음 편하게 오셔서 치료받을 수 있을 만큼의 신뢰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뇌졸중 유병률, 1000명 중 2명꼴


한 소장은 뇌졸중이라는 병을 ‘뇌’의 기능이 ‘졸’지에 ‘중’단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졸중 치료를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치료, 늦어도 증상 발생 후 3시간에서 최대 4시간3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아무리 늦어도 6시간 내에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증상 발생부터 3시간이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인 셈이다.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뇌졸중전문치료실이 개소 1주년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의 신규 유병률, 즉 새로운 환자 발생 가능성은 0.216%로, 유성선병원의 직접 진료권인 유성구, 세종시, 공주시의 인구 54만명(2012년 기준) 중 연간 1200여명이 뇌졸중을 겪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 소장은 “이런 추산을 해 보면 지난해만 해도 1500명의 뇌졸중 환자가 유성구, 세종시, 공주시 일대에서 발생했을텐데 가장 가까운 병원인 유성선병원에 300여명의 환자가 왔다면 나머지 1200명은 우리 병원보다 먼 병원을 찾았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쳐 후유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들에게 어떤 점이 안타깝느냐는 물음에 한 소장은 “어차피 우리가 이런 시설을 갖춰놓고도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나”라며 “의사로서 내 전문분야인 질환으로 고통받은 환자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우리가 가장 가깝다면 우리 병원으로

한 소장이 이같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답은 했지만 센터 개소 이후 한 소장을 비롯한 센터 의료진의 ‘센터 알리기’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로 치열했다.

일례로 한 소장과 센터 의료진은 충남지역 시·군의 거점 의료원과 유성선병원, 그리고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대형병원들 사이의 거리를 모두 측정해보고 유성선병원이 1분이라도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의료원에 연락해 환자 발생 시 꼭 유성선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털어놓았다.

한 소장은 “각종 포털사이트의 지도를 이용하면 거리는 물론 소요 시간까지 나온다. 그걸 이용해 충남 남부지역, 충북 남부지역의 시·군 의료원과 유성선병원 간 시간을 모두 검색했다”며 “인근 뇌졸중 치료 가능 병원 중 우리 유성선병원이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곳에 모두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 환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대 더 가까운 병원을 두고 우리를 찾아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다. 가까운 곳 놔두고 우리병원 오라는 건 의사로서 용납이 안되는 일”이라며 “다만 1분이라도 더 가깝거나, 다른 병원에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환자는 단 1명도 거절하지 않고 모두 진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조금씩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했다. 한 소장은 “그 의료원이나 병원들에게 우리 센터의 당직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언제든 전화를 받고 환자를 봐야 했기 때문”이라며 “여러 병원을 돌다 거절당하자 그 병원들에게서 직통으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고, 공주는 물론 부여, 보령, 충북 옥천에서까지 환자들이 점차 우리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왜 유성선병원 뇌졸중 전문치료실인가

유성선병원 뇌졸중 전문치료실에 뇌졸중 환자들이 찾기에 유리한 점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한 소장은 망설임 없이 24시간 전문의 상주,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접근성을 꼽았다.

한 소장은 “우리는 시간단위다.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도심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환자가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주변 지역 의료원이 우리에게 당직전화라는 ‘핫라인’을 이용하기 때문에 갑자기 들이닥칠 환자를 미리 준비하고 대기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전문의가 처치에 나서는 것은 환자에게는 정말 큰 이익”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소장은 “우리 병원은 외부 환자가 많아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다. 뇌졸중은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주민에게 큰 행운을 드리겠다는 것이다”라며 “뇌졸중 증상 발생 시 멀리있는 병원에 가는 건 적절치 않다. 우리가 더 노력하겠다는 진정성을 지역민이 믿어주시면 분명 우리 병원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환자는 반드시 찾아와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발전 가능성 높아, 신뢰 쌓겠다”


유성선병원은 증축을 통해 환자중심의 병원으로 거듭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기간도 이제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한 소장의 설명이다.

한 소장은 “병원 외적인 부분에만 신경쓰는 것은 옳지 않지만 시각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양적인 면과 함께 질적인 면을 함께 높여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소프트웨어를 포함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는 각종 장비라던지, 환자분 편의시설이라던지, 병상 수도 늘려야 하고, 공간적 배치도 환자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며 “아마도 내년이면 유성선병원 증축이 마무리되면서 외적인 부분은 해결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내적인 부분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한 소장은 “의료지식은 날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최신 지견을 업데이트 하는 게 늦어지면 진료가 어렵다. 이미 지나온 지식, 배운 지식만으로 환자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우리 센터 스태프들은 항상 최신 저널이라던지, 최신 지견 받아들여 우리 나름대로 정말 유용하고 확실한 증거가 있는 부분만 추려 우리 센터만의 지침을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한 소장은 “요즘 치료는 증거위주 치료이기 때문에 최신 저널에 실린 내용이라도 명확치 않은 것은 다 배제하고, 증거가 명확한 것만 추려서 자체 진료지침을 만든 것”이라며 “그런 것들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게 우리의 일이고, 그것을 통해 지역민이 뇌졸중에 따른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면 우리 센터는 성공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소장은 이어 뇌졸중 증상이 느껴지면 꼭 유성선병원이 아니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가능한 한 빨리 찾으라고 조언했다.

한 소장은 “뇌졸중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한 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다”라며 “그런데 이런게 갑자기 온다. 그럼 반드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즉시 가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 소장에게 유성선병원 의료진의 실력을 묻자 말 그대로 ‘우문현답(愚問賢答)’이 돌아와 기자를 머쓱하게 했다.

한 소장은 “환자들 입장에서 의사 실력을 뭘로 판단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생각은 정규코스를 밟고 정규시험을 통과하고 자격 갖춘 사람이라면 실력이 기본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후는 경험이고, 노력인거지 명성은 하루이틀 사이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의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인성, 사람됨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실력있는 의사”라고 웃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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