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신부(청주성모병원 행정부원장)
[아침마당]

독일의 한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수도사들이 덕을 쌓기 위해 기도를 하고 희생을 바치며 살았다. 수련과정 중에 그 공동체 앞에서 설교를 해야 했는데 한 수도사는 남 앞에 서는 것을 너무도 두려워했다. 수도원장은 그에게 예외 없이 설교를 하도록 명했다. 수도사는 공동체 앞에서 말했다. "형제들이여, 제가 여러분을 위해 무슨 말씀을 드릴지 아십니까?". 공동체의 반응은 '모른다' 였다. 그러자 수도사가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절대자는 아십니다.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잘 사시기 바랍니다."

수도원장은 다음 날 다시 설교를 하도록 지시했다. 수도사는 다시 물었다. "형제들이여,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지 아십니까?". 공동체의 수도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표시했다. 그러자 수도사가 말했다. "여러분이 다 알고 있는데 제가 무슨 말씀을 더 드릴 수 있겠습니까. 아는 대로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수도원장은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 수도사는 같은 질문을 했다. "형제들이여,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지 아십니까?". 공동체의 반응이 절반은 '안다'고 끄덕이고, 절반은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수도사가 말했다.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흔히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자칫 지식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진정한 힘이 될 수 없다. 힘은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생긴다. "남에게 가르침을 주면서 자신은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흡사 고인 우물과 같다. 다른 모든 이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고 그들을 깨끗이 씻어 주면서도 자기 자신은 깨끗이 씻을 수 없어서 온갖 땟국과 불순함이 그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하나여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는 것, '선을 행하고 악은 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쉽게 알 수 있으나 백 살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음주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키지 못해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의 명예도 잃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거법을 어겨 재선거를 하게 만들고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사람도 있다. 정·관계 로비 사건이나 자기 소개서에 부모가 대법관, 검사장, 시장이라고 기록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로스쿨 합격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많은 것을 배워 알고 일류대학을 나와도 부패와 거짓에 쉽게 타협하며 알고 있는 진실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참으로 안다는 것은 알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선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다. 진리를 제대로 배우고 깨달으면 그대로 행하게 된다. 하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실천해야 할 때 비겁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늘을 우러러보고 아는 바를 실천하며 모르는 것은 서로에게 가르쳐주고 당당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성경은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의 희생 없이 무슨 선한 열매를 기대하겠는가. 아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한 알의 밀알들이 모여 맑고 밝은 사회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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