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전용 천주교 대전교구 산성동성당 신부
[시론]

어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그는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하곤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각자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가서 그것을 함께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다.

"1명이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뛰어 갔지?"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트(UBUNTU)"라고 외치며 이렇게 답을 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분트'는 아프리카의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라는 뜻으로 타계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강조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성공회 대주교인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우분투의 뜻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것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이지요.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바로 우분투의 핵심입니다. 우분투는 우리가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홀로 떨어져 있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이라고 할 수 없고, 우분투라는 자질을 갖춰야만 비로소 관용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개인으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서로 이어져 있으며 우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세상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좋을 일을 하면 그것이 번져 나가 다른 곳에서도 좋은 일이 일어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인간 전체를 위하는 일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에도 마을의 공동 일을 함께 하고 같이 음식을 나누고 땀 흘리며, 형제애와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갔던 '두레'라는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각박해지고, 경쟁과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나'라는 존재는 있지만 '우리'라는 개념은 점점 퇴색되어 간다.

우리 사회에서 한 때 '개인'보다는 철저히 '전체'를 강조한 역기능으로 지금은 개인의 존재와 권리가 앞서는 지는 모르겠다.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공존하는 사회, '나'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 소외되는 사람들 없이 서로 서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함께 사는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분들을 존경하고, 연장자들은 아랫사람들을 배려해 주며, 나만을 위해서 사는 세상이 아니라 때로는 다른 사람도 내 옆에 있음을 깨닫고 인정하며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고개 들어 내 주위를 둘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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