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개교 100주년 ‘영산성지’ 순례기
개교 100년 … 새로운 100년을 준비
전국단위 대규모 행사 거행
내달 1일까지 기념대회 주간
28~30일 원광대서 학술대회
전남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위치
소태산 탄생하고 깨달음 얻은 곳
구수산 삼밭재 마당바위·노루목
원불교인의 순례 명소로 손꼽혀
초기 교인들 신앙흔적 잘 보여줘

▲ 과거 소태산 대종사 생가 근처에 위치한 구간도실(九間道室)을 지금의 위치로 옮긴 건물로 수행공간과 정관평 관리사무소로 쓰인다.
▲ 길용리 일대 바닷물이 오가는 3만여 평의 간석지를 농토로 일군 정관평.
▲ 영산성지 내부에 위치한 영산선학대학.
▲ 성지의 중심에 위치한 대각전의 내부로 원불교의 신앙의 대상인 일원상이 봉안돼 있다.
▲ 대각전 인근에 위치한 대각종.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에 위치한 ‘영산성지(靈山聖地)’에는 건축물 하나 하나에 원불교 특유의 소박함, 검소함이 담겨있다.

이 곳은 소태산(少太山) 박중빈 대종사(大宗師)가 탄생하고 성장, 구도, 고행 끝에 큰 깨달음을 얻어 9인의 제자들과 함께 원불교를 창립한 곳이다.

원불교 창립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산성지는 대종사가 태어난 곳을 비롯해 구도지(求道地)인 구수산 삼밭재 마당바위와 깨달음을 얻은 노루목 대각지 등 원불교인들의 순례 명소로 손꼽힌다.

또 건축물로는 영산원, 영산학원실, 영산대각전, 법모실 등이 한군데 모여 있어 초기 교인들의 삶과 신앙의 흔적들을 잘 보여준다. 그 중 바다를 막아 간척지를 만든 정관평(貞觀坪)은 이곳 영산성지의 시작이자 원불교 창립의 물적 자산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9명의 제자들과 함께 저축조합을 만든 후 그 자산으로 길룡리 일대 바닷물이 오가는 간석지를 논으로 만들 뜻을 밝힌다. '버려진 곳을 개척해 국가 사회의 생산에 도움이 되자'는 뜻에서 비롯됐다.

그 뜻에 제자들도 서약을 올리고 1918년 바다를 막는 방언공사(防堰工事)에 들어가 불과 1년여만에 9만 9173㎡(3만여 평)의 농토를 일궈내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이 후 이곳은 2·3차 공사 끝에 현재 그 넓이는 22만 4793㎡(6만 8000여 평)에 이른다.

성지의 중심에 위치한 대각전(大覺殿)은 1936년 지어졌다. 이 곳의 외부는 화려한 장식과 쓸데없는 공간을 철저히 배제한 원불교 특유의 소박함과 검소함이 묻어난다.

그 내부에는 원불교의 신앙의 대상이며 수행의 표본인 일원상(一圓相)을 봉안(奉安)해 놓았다.

대각전 뒤편에는 옛 초가를 그대로 보존한 영산원을 찾을 수 있다. 영산원은 과거 옥녀봉 아래쪽 소태산 대종사 생가 근처에 위치한 구간도실(九間道室)을 지금의 위치로 옮긴 건물을 일컫는다. 공부하고 기도하는 아홉 칸 집이라는 뜻의 구간도실은 원불교 최초의 이적(異蹟)이 나타난 곳으로 교도들에게는 각별한 성지다.

소태산 대종사는 늦게 합류한 정산을 비롯한 9명의 인물들을 교단 창립의 첫 제자로 삼았다.

대종사는 이곳 구간도실에서 1919년 8월 정관평 공사가 끝난 뒤 제자들에게 원불교의 큰 뜻, 즉 공도(公道)를 위해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뜻의 다짐을 받는다는 의미로 백지 위에 인주 없이 맨손의 지장을 찍도록 했다.

놀랍게도 맨손으로 지장을 찍은 백지 위에는 핏빛 선연한 지장이 찍혀 있다. 이른바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인데, 원불교에서는 이날을 법인절로 기념하고 있다.

이후 구간도실은 지금의 영산원의 위치로 옮겨져 '석가모니불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재현한다'는 의미를 담은 ‘영산원’이라 개명하고 수행공간과 정관평 관리 사무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영산성지를 둘러싼 구인기도봉은 소태산의 9인 제자들이 1919년 3월부터 10월까지 각각 기도를 드렸던 9개의 산봉우리(중앙봉, 설래바위봉, 밤나뭇골봉, 촛대봉, 눈썹바위봉, 마촌앞산봉, 옥녀봉, 공동묘지봉, 대파리봉)를 말한다. 이 중 옥녀봉은 소태산 대종사가 7세부터 옥녀봉 꼭대기에 올라가 하늘의 구름과 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우주'와 '인생'에 대한 의심을 갖고 큰 깨달음을 얻은 기도봉이다.

원불교 영산성지 관계자는 “영산성지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탄생부터 큰 깨달음을 이루고 9인의 제자와 함께 원불교를 창립한 곳으로, 원불교만의 소박하고 검소함이 배어 있다"며 "이 밖에 보은강 연꽃 방죽, 성래원 웰빙 다도체험, 가족체험 등 각종 체험과 자연풍광이 어울어진 아름다운 성지로 매년 많은 가족단위 방문객이 성지를 찾는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완종 기자 lwj@cctoday.co.kr

개교 100주년을 맞은 원불교가 전국단위 대규모 행사를 거행한다.

원불교는 다음 달 1일까지 '100주년 기념대회 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첫 날인 지난 25일 서울시청앞 광장 일원에서 특별 천도재를 열어 그간 희생된 사회적 고혼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대각개교절 당일인 28일부터 30일까지는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학교와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원불교 100주년·원광대학교 개교 70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종교와 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28일 김도종 원광대 총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돈 베이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자로 나서며 박맹수·염승준 원광대 교수가 진행을 맡는다.

둘째 날인 29일에는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종교·정치·경제·생명 세션발표 및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며 30일에는 전진택 남녘교회 목사와 원불교 청소년국 최연주 씨의 특별세션에서 이어 폐회식을 갖는다.

특히, 기념대회 주간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지난 100년을 결산하며 '정신개벽과 인류평화에 새로운 희망을 열자'는 취지로 대규모 행사를 펼친다. 이날 행사에는 전세계 교인 등 5만여 명이 참여하는 100주년 기념대회로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개교정신을 널리 알리고, 정신개벽 선언문 발표를 통해 새로운 100년의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영어, 불어, 일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10개국 언어로 번역된 원불교 법어 봉정식과 소태산 대종사 9명의 초기 제자를 성인으로 인정하는 법훈서훈식도 진행된다.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 교구장은 "원불교 교조의 정신을 우리 국민과 전 인류에게 선포하는 행사가 올해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며 "충북교구도 이에 발맞춰 충북도민들을 위해 새로운 각오로 최선을 다해 섬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불교 주요 절기인 8월 21일 법인절(法認節)에는 북한의 백두산과 평양에서 공동 법회를 여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완종 기자 lwj@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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