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희귀질환 앓는 아홉살 예닮이
염색체 6번 미세결실 증후군
예닮이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
특례대상 안돼 의료혜택 없고
수술비·치료비에 생활고 극심
골반서 발목까지 뒤틀린 근육
재활치료 지속땐 호전 가능성
“혼자 걷는 예닮이 꼭 보고싶어”
◆후원계좌=기업은행 035-100410-01-833

▲ 예닮이네 가족은 예닮이에 대한 믿음이 강하여 서로를 생각하는 가족애가 매우 깊다. 해맑게 웃고 있는 예닮이네 가족.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핸드레일을 잡고 서 있는 예닮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뒤틀림 상태가 악화되면서 심각하게 변형된 예닮이의 다리와 발, 발가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지금이 아니면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니 하루하루가 조급합니다. 매일 기도해요. 우리 예닮이 꼭 스스로 걸을 수 있게 해달라고…"

올해 아홉살이 된 예닮이는 태어날 때부터 염색체 6번 미세결실 증후군이라는 병을 갖고 세상 밖에 나왔다. 이 증후군은 전세계적으로 단 40여명만 가진 특이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예닮이가 첫 번째 사례이자 최초 등록자일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다. 관련 사례와 정보가 없다 보니 당시 병원에서도 예닮이 엄마와 아빠에게 조심스레 책을 펼쳐 보여주며 설명만 해줄 뿐이었다.

'목을 가눌 수는 있는 거냐', '걸을 수도 없는거냐'는 예닮이 엄마, 아빠의 절박한 물음이 이어졌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할 정도로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워낙 드문 희귀병이다보니 산정특례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재활치료는 물론 의료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 미래는 더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가능성 ‘0’에 가깝다고 했던 예닮이는 엄마, 아빠의 지극정성에 최근 기적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재활치료를 더 늘려주지 못하고 오히려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예닮이 엄마, 아빠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몸이 뒤틀리는 고통에도 이겨내는 강한 예닮이

현재 예닮이는 스스로 걷기가 어렵고 소근육 발달이 늦어지면서 전체적으로 근력이 매우 약해 견갑골, 어깨근육, 체간과 골반근육의 안정성이 떨어져 있다. 상부흉추와 하부요추 사이에서의 회전 움직임이 적고 골발과 고관절, 발목까지 변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골반에서부터 발목까지 뒤틀림이 심해 이동이 힘들어 근육 성장을 방해하고 이는 다시 고관절과 발목에서 변형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다행히 2013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으로 당시 혼자 앉지도 못하고 누워서만 생활하던 예닮이가 재활치료를 본격적으로 받으면서 물리치료와 감각통합, 언어치료 등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현재 꾸준한 노력으로 예닮이는 혼자 핸드레일과 난간, 소파 등을 붙잡고 일어나기와 서기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태까지 호전됐다. 전방워커에 의지해 스스로 조금씩 앞으로 걷기도 가능하지만 아직 보호자 도움 없이는 스스로 걷지 못하고 넘어진다. 보조기로 걷는 연습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보조기가 오히려 다리와 발, 발가락을 휘게 만들어 뒤틀림 상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현재 심각하게 변형되고 있다.

또래 아이들에게 왕복 10분 가량 소요되는 거리가 전방워커에 의지한 예닮이에게는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릴 정도다. 예닮이의 대근육발달은 11개월, 소근육발달은 18개월 수준으로 전체적인 발달 수준은 12~18개월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살 아이가 겪는 1년 간의 성장과정을 예닮이는 9년에 걸쳐 더디게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부터는 재활치료와 함께 언어습득이 가능토록 단어 공부를 통한 언어치료도 병행하고 있는데 공부에 흥미를 보이는 예닮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물'과 '별'이다. 실제로 예닮이는 언어치료 때 배웠던 그림을 보고 단어를 물어보면 반복적으로 따라하려고 노력하며 배우고 공부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예닮이는 지난해 초등학교 입학을 유예하고 한 병설유치원 특수반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이동도 쉽지 않은 데다 대소변도 가리기 힘들어 다시 한 번 초등학교 진학을 유예하고 집에서 재활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다. 재활치료 결과 예닮이는 현재 매우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상황이라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견갑골, 체간, 골반의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으로 더이상의 변형을 예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여보, 나 더이상은 못하겠어…”


예닮이 아빠 이승철(45) 씨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사회복지사로 15년간 근무하다 올 1월 고민 끝에 어렵사리 퇴사를 결정했다.

그간 예닮이에게 들어간 수술비와 재활비가 너무 크다보니 감히 그만둘 생각도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엄마 배상화(43) 씨의 심신상태가 급속도로 안좋아진 데다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간 예닮이의 재활과 모든 생활을 전담해온 상화 씨는 치료에 대한 의욕이 매우 강했다. 상화 씨는 반드시 예닮이의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싶었다. 그러나 이따금씩 한계에 부딪칠때면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자주 무너져 내렸다. 수술비와 재활비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지만 동생 하은이(4)로 인해 일도 시작하지 못했고, 그러는 동안 빚은 쌓여가면서 점점 압박감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상화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혀가 얼얼해지며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기억력도 급속도로 떨어졌다고 한다.

상화 씨는 "그 당시에는 정말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눈물이 뚝뚝 났어요. 너무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아이들 아빠한테 '여보 나 더는 못하겠어'라고 얘기해버렸어요"라며 "하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예닮이를 바라보면 있는 그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요. 부족한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아이입니다”라며 울먹였다.

현재 예닮이네는 아빠의 자발적 퇴사로 인해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남은 퇴직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예닮이 수술비와 재활치료비로 얻은 빚을 정산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들어가면서 그마저도 소진한 상태다. 현재 다섯 식구에게 남은 건 300만원, 아픈 예닮이와 예은, 하은이 세 아이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막막하기만한 숫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닮이 아빠와 엄마는 점차 호전되는 예닮이를 보면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직립보행, 독립보행이 가능하다는 경험과 희망을 눈으로 보자 모든 걸 예닮이에게 전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예닮이 엄마는 예닮이가 워커를 잡고 조금이나마 스스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오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상화 씨는 "교회에서 멀리있는 예닮이를 바라보며 혹시나 싶어 '예닮아 이리와'라고 불렀다. 그런데 예닮이가 워커를 잡고 처음으로 혼자서 걸어왔다. 정말 감동적이었고 예닮이가 고마워서 껴안고 그 자리에서 많이 울었다.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희망을 놓을 수 없다. 언젠가 꼭 우리 예닮이가 해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깐…"

◆“일찍 철든 예은이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요”

예닮이 누나 예은이(12)는 이제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갔지만 아픈 동생으로 인해 일찍부터 철이 든 애어른이다.

예닮이가 병설유치원에 잠시 다니는 동안 예은이는 점심시간마다 예닮이를 보러 유치원에 들러 놀아주고 갈 만큼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 예은이는 어릴 때부터 동생들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습관이 들어 나중에는 착한아이증후군을 의심받을 정도였다. 엄마와 아빠는 예의도 바르고 어른스러운 예은이를 바라보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상한 마음이 더욱 크다.

승철 씨는 어느 날 예은이가 직접 그린 인생그래프를 보면서 받았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예은이는 자신이 태어난 순간에 '첫째라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았다'라며 행복한 얼굴을 그렸지만, 동생들이 태어난 순간을 기점으로 그래프는 급격하게 하락돼 있었다.

승철 씨는 "그때 예은이가 아빠가 직장을 그만두면서 관심을 받으니 행복하다고 하는데 울컥 했어요. 예닮이를 신경쓰느라 예은이에게 정말 소홀했구나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더라고요. 예은이도 한창 사랑받을 나이인데"라며 "제가 일을 그만두기 전에는 예은이가 집에도 잘 안들어오려고 했다더라고요. 평소 예은이가 설거지도 하고 집안일을 많이 도와줬었는데 그게 힘들었나봐요. 아이들한테는 정말 미안한 점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은이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감정조절이 어려워 심리치료가 필요했었으나 올해부터는 심적으로 많이 안정을 되찾아 현재 학교에서 반장을 할 정도로 엄마, 아빠에게 묵묵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수술비, 치료비에 다섯 식구 당장 살 곳도 막막

예닮이 아빠가 퇴직한 후 예닮이네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고 결국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매물로 내놓을 정도로 막막한 상황이다.

예닮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일년에 꾸준히 1000만원 이상 들어가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8000만원 이상이다. 지금도 재활치료비 등으로 들어가는 돈만 한 달에 최소 12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수술비, 치료비 대출 이자로 매월 70만원 이상이 필요해 다섯 식구가 살아갈 앞날은 벅차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카드빚도 늘게 됐고, 예닮이의 재활이 시급함에도 치료를 많이 줄여야 하는 상황에 까지 몰리고 있다.

예닮이 아빠는 "우리 예닮이 걷게 되면 꼭 학교 보내고 싶어요. 아이들하고 어울려서 노는 모습 보면 더이상 소원이 없을거같아요. 그리고 우리 예닮이 손잡고 같이 동네도 걸어다니면서 그동안 도움주신 감사한 분들께도 찾아가 인사도 드리고 싶어요. 덕분에 우리 예닮이 이렇게 스스로 잘 걸을 수 있게 됐고 더 멋있어졌다고. 그러면 우리 예닮이가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 믿어요"

강은경 기자 ekkang@cctoday.co.kr

◆후원계좌= 기업은행 035-100410-01-833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

◆후원문의= 042-477-4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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