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어정쩡한 선거였다. 참패라고 했지만 참패가 아니었다.

한쪽은 압승이라고 자찬했지만 이 또한 압승이 아니었다. 심판을 했다고 했으나, 심판의 대상이 모호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였다. 지긋지긋한 총선과정을 지켜보며 내심 '한쪽의 붕괴'를 원했었는데 어느 쪽도 붕괴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붕괴'란 원사이드(one-sided)한 승리를 말한다. 새누리당은 의석수를 잃었으나 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를 챙겼으나 빛나지 않았고, 국민의당은 선전했으나 절름발이 승리였다.

어느 쪽도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 실체를 설명하려면 소주 두병은 까야 한다. 맨 정신으로는 불가하다.

▶새누리당은 절멸했는가. 절멸하지는 않았다. 단지, 아군에게 총질하다가 그 총에 맞아 죽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살아났는가. 살아나지 않았다. 단지, 새누리를 이겼을 뿐이다. '더불어'를 외치며 세력을 규합했건만 '더불어' 살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하늘 높이 떴는가. 결코 뜨지 않았다.

'더불어' 가지 못한 군상들을 주섬주섬 모아 ‘표’를 ‘엿’처럼 바꿔먹었을 뿐이다. 일각에선 '지역주의' 구도를 더욱 더 악화시켰다는 뒷담화까지 나온다.

그럼 대통령은 어떤가. 심판을 받아야한다며 득달같이 달려들어 심판했지만, 별로 달라진 건 없다. 국민은 심판했고 대통령은 심판에 따를 일만 남았다. 과연 이번 선거의 승리자는 누구란 말인가.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다. 기가 죽어서 절절 매는 여당의 모습이 가엾다. 조금 이겼다고 기고만장한 야당의 모습도 가엾다.

이제 부족한 '대가리 수'를 맞추려고 복당(復黨)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동안 기웃기웃한 자들도 서성댈 테고, 툭하면 옮겨 다녔던 자들도 배회할 게 뻔하다. 친박, 비박, 원박, 탈박, 신박, 가박, 곁박, 용박, 수박, 잘박, 쫓박, 누박, 진박으로 무한 증식한 결과다. 물론 친노, 비노도 자유로울 순 없다. 하나같이 불구요, 구제불능이다. 지금의 국회와 뭐가 다른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대통령은 비민주적이었던 전두환이었다. 정치에 들락날락 하지 않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은 말을 번복하며 들락날락했다.

지역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코드 인사'로 비판받았고, 박근혜 정부는 통일을 자주 언급했으나,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경색된 적이 없었다. 붕당정치는 우리의 불행한 유산이다. 어짊과 어리석음, 높고 낮음은 오직 파벌에서만 통했다.

16년만의 여소야대, 나눠가진 국회권력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롭지가 않다. 비슷하게 나온 의석수는 그저 사이좋게 '일'좀 하라는 메시지다. 자기반성은 없고 모두 네 탓만 하다가 ‘한방에 훅 간’ 개똥정치가 뭐가 그리 대단한가. 웃기는 소리들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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