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11건 고발…음식물 접대 기본, 여론조사도 왜곡
후보 흠집내기 비방 '점입가경'…'공정경쟁' 선언 공염불

▲ [연합뉴스 DB]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4·13 총선에 출전한 각 정당과 후보들은 모두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책 제시나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내 지지로 연결해야 했던 정당이나 후보들은 표심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상대 비방이나 금품 살포 같은 방법을 선택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과열,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충북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하루 앞둔 12일까지 적발한 총선 선거법 위반 건수 모두 35건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지난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18대 82건·19대 45건) 때보다 적발 사례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제로 혼탁한 선거 행위가 사라지고 있는 걸까. 처분 유형별로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선관위는 적발된 내용이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한다. 대신 가벼운 사안으로 판단되면 경고나 주의를 준다.

이번 총선에서 선관위에 적발돼 수사기관에 고발된 사례는 11건으로, 전체의 31.4%를 차지했다. 18대 13.4%, 19대 24.4%(각각 11건)였던 것과 비교하면 고발 건수는 줄지 않았다. 적발된 사례 가운데 고발된 비율은 오히려 늘었다.

고발된 사례들은 유권자에게 금품이나 돈을 뿌리다 적발되는 기부행위나 허위사실 유포 등 당선이 되더라도 유죄 법정에서 판결을 받으면 직위를 상실할 수 있을 만큼 위중한 범법 행위가 대부분이었다.

고발 사례로만 보면 오히려 이전 총선 때보다 더 대담하고 도를 넘어선 행위들이 많았다. 유권자에게 무료로 음식물을 제공하며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 종교 연합회 임원 A씨는 지난해 11월 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종교인 8명을 식당으로 부른 뒤 총선 입후보 예정인 B씨를 참석시켜 도움을 요청하면서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접대한 1인당 식대는 2만5천원이었다. 충북선관위는 A씨가 B씨를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최근 고발했다. 식사를 대접받은 종교인 8명은 접대받은 음식값의 30배인 1인당 75만원씩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제천·단양 선거구에 출마한 예비후보 C씨를 돕고자 지난해 10월 유권자 60여명에게 60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무료로 제공한 혐의로 지지자 3명이 검찰에 고발당했다.

여론조사 업체가 특정 후보를 위해 조사 결과를 왜곡해 발표한 때도 있었다. 모 인터넷매체의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 업체 대표 A씨는 지난 1월 청주의 모 선거구 선거여론조사를 수행하면서 후보 지지도 순위가 바뀌도록 결과를 왜곡한 혐의로 적발돼 지난달 31일 청주지검에 고발됐다.

인터넷 매체의 의뢰를 받은 이 업체는 지난 1월 29∼31일 청주 4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했고, 이 매체는 지난 2월 2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는 서원구·흥덕구 조사 결과가 잘못됐다며 인용·공표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 탓에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전에 이용했다는 이유로 여야가 날 선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선거철만 되면 단골처럼 등장하던 후보 간 비방전 역시 끊이지 않았다. 4년 만에 재대결하는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의 새누리당 박덕흠 후보와 더민주당 이재한 후보는 지난 10일 후보자 부인 폭행 논란을 두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이 후보가 유세장에서 자신의 부인을 박 후보가 폭행했다며 고발했고, 박 후보 측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충북 증평·진천·음성 선거구 후보들은 괴산이 선거구에서 분리돼 보은·옥천·영동에 강제 편입된 것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진천군수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종필 후보와 더민주당 송기섭 후보는 '철새 정치인', '공약 베끼기 후보'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 후보가 선거자금 모금 펀드 전단을 배포하다 선관위에 고발된 것을 놓고 송 후보가 "또다시 재선거를 치를지 모른다"고 자극하자 김 후보 측이 "사안을 침소봉대해 음해한다"고 맞서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두 후보가 약속했던 깨끗한 선거운동, 정책 대결은 사라진 지 오래다.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선거일이 하루 남은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공정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vodcast@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