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거주 유권자 많아 유리
유세차량 음악에 장사 방해
악수한다며 좁은길 막기도
“필요할때만 찾아” 불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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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지역 내 상당수 4·13 총선 후보들이 전통시장을 찾아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시장 상인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9~10일) 찾은 대전 내 중앙시장(동구), 태평시장(중구), 한민시장(서구) 등 전통시장에서는 선거 후보와 2~3명 씩 짝을 지은 선거운동원들이 수시로 시장을 누비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은 시장을 찾은 손님이나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명함을 나눠주는 등 선거활동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5일 한민시장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중앙시장에서 지원유세를 진행하는 등 전통시장은 주요 선거운동지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곳에 비해 적은 노력을 기울여도 더 많이 얼굴을 알리고 표를 끌어모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 내 큰 교차로나 대형마트 등은 사람이 많이 모이지만, 이 중에는 선거구 밖에 거주하는 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전통시장은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 등 거주지에 인접해 있어 실제 인근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주택가에선 선거 유세 소음관련 민원 등이 다수 신고된다는 점도 출마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리는 이유가 된다. 전통시장은 더 많은 유권자를 만날 수 있고, 선거활동도 훨씬 자유롭다는 것이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택가 선거운동을 유권자들이 별 문제 없이 받아들였으나, 요즘에는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시민에게 주는 피해를 줄이면서도 많은 유권자를 만나려다 보니 전통시장을 주로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시장 상인들은 선거 때면 찾아오는 정치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민시장의 상인 한모(48·여)는 “(후보들이) 시끄럽고 장사를 방해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씨는 “시장 입구에 유세차량을 세워놓고 음악 등을 틀어놓으면 시장 안이 쩌렁쩌렁 울리는데,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라며 “악수를 한다며 가뜩이나 좁은 길을 막으면 손님들이 불편해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필요할 때’에만 시장을 찾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상인은 “정치인들은 명절에 사진이 필요할 때나 선거철에만 시장을 찾는다”며 “온갖 지지자와 기자들을 몰고 와서는 모든 걸 다 해줄 것처럼 하지만 정작 그 다음에는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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