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신부(청주성모병원 행정부원장)
[아침마당]

충북 음성 감곡의 특산물은 복숭아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과정을 보니 이른 봄에 가지치기를 하고, 거름을 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적과를 한다. 적과는 제대로 될 열매를 위해 솎아내기를 하는 것이다. 아깝지만 튼실한 열매를 위해 과감히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선택된 것들에게는 봉지가 씌워진다.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을 견디고 가을에 수확을 한다. 수확이 끝이 아니라 겨울에 나무가 동해를 입지 않도록 짚으로, 보온덮개로 나무를 싸매게 된다.

겨울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면 나무가 얼어 죽게 된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예년에 비해서 더 매섭게 춥지 않은 데도 동해를 쉽게 입는 이유가 있다. 예년에는 일손이 부족해도 힘을 들여서 나무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었다. 퇴비도 하고 밑거름을 충분히 준 것이다. 그래서 뿌리가 땅 속으로 제대로 뻗어 내렸다.

그런데 요즘은 일손 구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쉽게 농사를 지으려한다. 퇴비를 한다든지 밑거름을 주기보다는 화학비료를 많이 쓰기 마련이다. 비료는 주로 겉에 뿌리게 된다. 그러니까 뿌리가 밑으로 내리지 않고 거꾸로 솟아오른다. 결국 그만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는 것이다. 쉽게 얻으려고 하면 쉽게 잃어버리게 된다.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내는 웃거름도 필요하지만 밑거름이 소중하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좋은 열매를 기대할 수가 없다. 아무리 학식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선한 일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배움은 소용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진실하지 못하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기본이 바로서지 않으면 그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은 요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다. 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4·13 총선에 나서는 후보 647명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세금을 체납했거나 병역 미필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범죄 경력이 한 번이라도 있는 후보는 총 332명(51.3%)이었다고 한다. 민의를 대변하고 법을 제정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일꾼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우스갯소리로 정치인이 되려면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한다. ‘첫째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할 것. 둘째 얼굴에 철판 깔고 쇼를 잘할 것. 셋째는 소신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고 온갖 좋은 말로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며 유권자들을 현혹한다. 평상 시에는 목이 뻣뻣한 사람들이 연실 허리를 굽히고 이 사람, 저사람 손을 잡으며 쇼를 한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허물을 들춰내고 상종 못할 사람들인 양 싸우다가도 밥그릇 챙기기 위해 휴전하고 화합을 강조하고 파란점퍼에서 빨간점퍼로, 빨간점퍼에서 파란점퍼로, 녹색으로 수시 때때로 갈아입으며 권력을 탐한다. 정직하고 위신 체면 차릴 줄 아는 소신 있는 사람들이 선택되지 못한다면 우리자신이 그렇지 못한 탓은 아닐까.

하늘의 그물은 빠져나갈 수가 없단다. 최선을 다하되 가끔은 하늘을 우러러 봐야 하겠다. 인생여정에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하고 싶은 일' 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게 될 때 하늘도 함께한다. 그것이 근본에 충실한 모습이다. 금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늘을 우러러 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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