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정치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일화 중 하나가 상앙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이다.

중국 진나라의 재상으로 부임한 상앙이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백성들의 불신이 그 원인이었다. 그래서 궁궐 앞에 나무를 세우고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 백금을 주겠다는 방문(榜文)을 붙였다.

그러나 나무를 옮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상금을 천금으로, 또 다시 만금으로 올렸다. 그러던 중 어떤 이가 장난삼아 나무를 옮겼다. 그랬더니 정말 방문에 적힌 대로 만금이 하사됐다. 그 후, 진나라는 백성들의 신뢰를 토대로 부국강병을 이뤄 마침내 중국을 통일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일화다. 그만큼 바른 정치를 위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백성의 신뢰를 으뜸으로 꼽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뢰는 변하지 않는 금언(金言)이다.

진나라의 ‘맹호행(猛虎行)’은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둑샘’의 물은 마시지 말고, 아무리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에서는 쉬지도 말라”고 말했다. 그만큼 살피고 삼가라는 얘기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사금파리 깨지는 소리는 접어두자. 요즘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공약을 보면 대한민국은 4년 내에 세계 1위의 복지국가, 세계 최고의 행복국가가 될듯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도 후보자들의 입에서는 마을 어귀에 솟대 하나 세우는 것만큼 쉽게 느껴지게 만든다. 어떤 후보는 시장·군수나 시·군의원이 해야 할 일까지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운다.

우리 속담에 ‘열 사람이 한 명의 도둑을 지키지 못 한다’고 했다. 누가 우리 지역을 위해, 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진정한 일꾼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자. 사기꾼’이 뽑히는 줄 모르고 ‘구경꾼’이 돼서는 안 된다. 반드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소인배가 국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선 또 다시 손가락을 원망하며 가슴 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은 뽑지 말아야 한다. 입으로는 국가과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면서도 오직 당선을 위한 사탕발림에 함몰된 함량미달 정치인은 솎아내야 한다.

기본은 결국 위정자들의 마음가짐이다. 선거 때만 되면 세치 혀로 유세(遊說)하는 세객(說客)들은 당선되도 입으로만 떠벌리기 십상이다. 혼이 없고 얼이 빠진 팔색조 같은 정치인이 의상만 바꿔 입는다고 해서 얼꼴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국민들은 콩과 보리도 분간 하지 못하는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위선이 진실을 가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고 했다. 구름이 없어지면 달이 나타나듯, 그릇된 것을 깨뜨리면 올바른 것이 나타난다고 한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위정자들이여! 혹, 부정의 유혹으로 마음이 기울거든, 조선조 청백리로 추앙받던 선초삼청의 한 명인 류관의 유훈을 기억할지어다.

“우리 집안에 길이 전할 것은 오직 청백이니, 대대로 끝없이 이어지리라(吾家長物唯淸白 世世相傳無限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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