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땅등 전재산 대전大 기증 … 뇌경색·중풍으로 병마와 씨름

▲ 조병호 선생
'충청의 마지막 선비' 정향(靜香) 조병호(趙柄鎬·91) 선생이 필생의 소원인 유물전시관 건립에 대한 한을 가슴에 품은 채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청양이 고향인 선생은 5세 때부터 조선 후기 문신이자 항일 우국지사인 우하 민형식(1875~1947) 선생의 집에 기거하면서 학문을 배웠고, 민족대표 33인 중 한명인 위창 오세창(1864∼1953) 선생 문하에서 수학했다.

또 선생의 제자에는 통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를 비롯해 수많은 서예가들이 있다.

그런 선생이 유물전시관에 대한 집념을 갖게 된 것은 후학을 위해 써 달라며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땅과 시설물 일체를 1993년 대전대에 기증하고 나서부터였다.

당시 대전대는 선생의 기증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기증받은 땅에 마련해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선생이 기증한 전시관 부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서 대전대측은 약속을 곧바로 이행할 수 없었고, 한 해 두 해를 넘기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정향 선생은 지난달 뇌경색과 중풍 증세 등으로 쓰러져 현재 대전대 대흥한방병원에 입원 중이다.

다행히 현재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생은 병석에서도 전시관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병수발을 들고 있는 한 측근은 선생의 강한 의지를 대변했다.

"전시관을 꼭 짓고 싶다고 평소에 입버릇처럼 말하시던 선생이 병원에 입원해서도 진행상황을 수시로 묻곤 합니다. 전시관 건립이 지금이라도 시작되기만 한다면 바로 기운을 회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대 관계자는 "그동안 관할 구청에 그린벨트 해제 요구 등 선생의 뜻에 맞게 전시관을 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선생의 공부방인 관선재를 헐고서라도 지어 달라는 정향 선생의 요구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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