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청사(靑史). 역사상의 기록, 즉 역사책을 뜻한다.

'충무공 이순신은 청사에 기리 남을 업적을 남겼다', '청운에 꿈을 안고 청출어람, 결국 청사에 기리 빛낸 발자취를 남겼다' 청사, 글자대로라면 푸른 역사다. 역사가 푸르다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유래를 알기 위해 기원전, 종이가 만들어진 2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

서기 105년 중국 후한에서 채륜이 종이를 발명했다. 이는 책보급과 독서문화 등 지식정보 전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이전에는 나무, 특히 대나무로 책을 만들어 운반과 휴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나무를 길이 20~25㎝, 폭은 글자 한 줄 쓸 정도로 쪼갠다. 겉 부분을 깎아 평평하게 만들어 불에 쬐어 기름을 뺀다.

이 대나무 편 위에다 붓으로 글씨를 쓴다. 먹물보다는 옻나무 수지를 정제해 만든 흑칠(黑漆)을 사용한다. 마르면 다른 것과 섞이지 않아 보존기능이 뛰어나고 먹물로 쓴 것처럼 검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자가 적힌 대나무 조각 끝부분에 구멍을 내 비단 등 끈으로 엮었다. 이런 형상을 따 이름을 지었는데 바로 죽간(竹簡)이다. 그러니까 글이 기록된 대나무 쪽을 포개거나 이어 붙였다 해서 그 모양을 본 따 책(冊)이란 말이 탄생했다.

대나무 겉 표면이 푸르다. 푸른 대나무 표면에 글, 역사를 썼다 해서 '푸를 청(靑), 역사 사(史)' 즉 '청사'라는 말이 탄생했다. 불에 쬐어 글이 기록된 대나무는 푸른색을 띠지 않지만 원래 대나무 특성을 살려 불후의 단어가 만들어진 셈이다. 죽간 때문에 만들어진 청사에 기리 빛낸 명언이 있다.

위편삼절(韋編三絶). 공자가 주역독서 중 주역을 꿰맨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져 그 만큼 독서를 많이 했다는 얘기다. 이 주역이 죽간의 형태였다. 편찬자와 시기가 확실하지 않은 ‘靑史’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고종까지 사실을 기록한 필사본이다. 청사에 기리 빛낼 정치인들은 없을까?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체육 각 분야에서 참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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