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러플린 총장이 내놓은 '사립화'를 골자로 하는 대학 개혁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러플린 총장은 일반 사립대 수준의 등록금 징수, 7000명인 입학정원의 2만명 확대, 학부생 커리큘럼 수정, 돈 버는 졸업 프로그램 등 정부로부터 독립돼 자율적인 학교 운영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KAIST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립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적으로 시기상조이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KAIST가 정부 지원의 온실에서 벗어나 이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국내 최고의 과학인재 산실이라는 자부심에도 불구, 세계적인 대학과 비교하면 아시아권에서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가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KAIST는 160위에 그쳤다. 자퇴생이 지난 2000년부터 2004년 8월까지 426명에 달하고, 한때 예산의 80.7%이던 정부 출연금이 올해 35%에 그쳐 47.4%를 연구사업비로 충당할 정도라면 새로운 발전모델이 필요하다.

'사립화'할 경우 기부금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여건상 대학재정 확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등록금 인상은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이라는 본래 목적을 변질시킬 수 있고, 과학인재를 양성하려는 국가 전략과도 어긋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러플린 총장을 영입한 배경은 선진교육시스템의 도입에 있다. 러플린 총장도 어제 "국립대학체제를 유지하며 사립화를 지향해 나가겠다"며 "장기구상이어서 많은 논의와 협상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혀 단계적 추진을 시사했다.

변화와 혁신 없이는 KAIST가 세계적으로 그만그만한 대학에 머무를 뿐이다. 러플린 총장의 개혁안이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를 화두(話頭)로 삼아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으로 우뚝 서는 결론을 이끌어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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