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시론]

불행한 부부들의 부부싸움은 대개 비난이나 방어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뭔가 결정타를 칠만한 독침(毒針)이 없을까 던지는 말이 경멸의 말이라고 한다. 이것이 이혼으로 가는 세 번째 길이며 아주 강하고 지속력도 크다고 한다. 또 경멸이란 이혼으로 가는 가장 큰 예측인자라고 했다. 우월감에 극도로 도취돼 상대에게 비난을 퍼붓는 행위를 말한다.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경멸을 받은 상대는 4년 이내에 감염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정도로, 경멸은 우리의 면역력까지 파괴한다고 한다. 노골적인 욕설은 물론이려니와 "재수 없게," "복에 겨웠구나." "주둥이 좀" 등이 경멸성 발언이다.

경멸의 본질은 "내가 너보다 잘났다"는 것으로 상대를 인격적으로, 지적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상대를 어린애나 하인 취급하는 투의 말이다. 때로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경멸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냉소의 표정들이 이에 포함된다. "내 참!" "기가 막혀서" "너나 잘 하세요." "어쭈, 주제 파악 좀 하시지" 등은 모두 상대를 나보다 아래로 여기는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는 경멸에 찬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경멸의 저변에는 상대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적개심이나 투쟁성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혼으로 가는 네 번째 길은 담쌓기라 한다. 담쌓기라는 것은 배우자가 말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 때, 벽창호처럼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한다. 즉 말을 듣는 사람이 같은 방에 있으면서도 반응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든다면 서로 눈 마주치지 않기, 말 안하기, 상대가 말 하는데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들여다보기, 전화기 꺼놓기 등이 있고, 또 이혼이라는 종착역을 향해가는 길로 집에 늦게 들어오기, 각 방 쓰기, 외박하기, 가출하기, 별거하기 등이 있다고 한다. 이 담쌓기는 주로 남자가 더 많이 한다고 한다.

부부생활을 하면서 부부 간의 대화는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살다보면 부부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부부싸움에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대화법인 것 같다. 감정에 치우쳐 이성을 잃고 거친 대화를 나누면 부부관계는 쉽게 망가지기 쉽고, 따라서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표현 방식을 조금 부드럽게 함으로써 거부감을 주지 않을 수 있고 오해도 풀 수 있고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가트맨 박사의 연구 결론은 ‘말과 행동을 바꿈으로써 부부관계가 개선되고 결혼의 행복도 증진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부부들은 오늘도 서로 비난과 경멸이 담긴 말을 쏟아내면서 ‘왜 우리 부부는 이렇게 살기가 힘든가 하면서 괴로워만 하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가부장적 남성 우월성에 오랫동안 젖어왔던 우리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그 영향을 받고 자란 필자 역시 부부생활을 하면서 젊은 시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 등의 대화법을 가볍게나마 해 왔던 게 사실이다. 늦었지만 더욱 조심하면서 행복한 부부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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