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아침마당]

<아침마당>카탈로그 레조네(전작도록)는 왜 필요한가?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전작도록은 화가의 예술적 성과 전반을 연구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로써 작가의 전생애에 걸친 작품 전체를 설명해주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작도록에는 해당 작가의 모든 작업의 모든 사실을 오랜 시간동안 리서치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응노 화백의 전작도록이라면 그가 생전에 한국과 프랑스에서 제작한 모든 작품의 리스트와 작품의 제작 배경과 전시 이력, 제작 당시의 시대적 상황, 관련된 기사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야 한다.

지난해 10월 서체추상 전시 협의를 위해 파리의 앙리미쇼 재단을 방문하게 됐다.

앙리 미쇼는 1960년대 대표적인 앵포르멜 화가이며 시인이다.

재단사무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 예의바른 프랑스 지식인의 전향적인 모습을 한 미망인 팜킴 여사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녀는 자신과 함께 앙리 미쇼의 전작도록을 준비하고 있는 프랑크 박사를 우리에게 소개했다.

그들은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책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2014년에 출판된 앙리미쇼의 전작도록이라고 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15년 동안 재단 사무실에서 매일 만나서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것이 완성본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종본은 약 5년 후에나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은 이 전작도록을 위해 그동안 해외 여러 나라에 산재한 10만여 장의 앙리미쇼 작품을 봤다고 했다.

앙리 미쇼와 함께 유럽 앵포르멜 미술의 대가로 알려진 한스 아루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재단은 아르퉁의 명성뿐만 아니라 ‘아트아카이브’가 잘 만들어진 기관으로 국제적인 평판이 높다.

아트아카이브는 작가의 작품·유품 및 관련 자료들을 모두 기록화, 목록화한 것이다.

베르나르 재단대표는 20대 미술학생 시절부터 1989년 아르퉁이 작고할 때까지 그의 작업 어시스턴트로 일을 했으며, 아르퉁 사후 지금까지 이 재단에 몸담고 있다.

베르나르뿐 아니라 아르퉁 생전에 함께했던 세 명의 또 다른 직원들이 아르퉁 사후 20년 넘게 아르퉁의 전작도록을 만들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작도록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작가 전작도록을 국가차원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작도록 프로젝트는 제작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작가 성격에 따라서는 수십 년이 소요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12년 시작된 이응노미술관의 이응노 전작도록 프로젝트는 저작권자인 유족의 지원을 받아 진행해오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2회에 걸쳐 우리 지역 출신의 기록전문사 2명을 파리고암아카데미에 파견하여 작품 리스트를 만들고,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정리된 자료는 대전 이응노미술관의 자료실과 수장고로 옮겨지고 있다.

훌륭한 전작도록 제작은 아루퉁 재단과 앙리 미쇼 재단의 사례처럼 상당한 제작기간 동안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리서치가 필수적이고, 특히 작가에 대한 기억과 자료를 갖고 있는 작가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인 요인이다.

혹여 잘못된 내용의 전작도록이 출판되면, 작가를 죽이는 결정적인 단서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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