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됐으나 표준점수와 원점수 차이가 예상보다 큰 데다 수험생의 전체적인 순위 파악조차 불가능해 고3 교실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자신의 점수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간키 어렵다면 분명 입시제도에 허점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탓만 해선 안 된다. 수험생들은 대학별 입시요강을 철저히 분석하고 자신의 점수와 적성에 맞는 대학을 소신껏 지원해야 한다.

2005학년도 수능은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첫 시험으로 표준점수제가 제대로 정착될지가 관심사였으나 표준점수 자체를 불신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번에 치러진 수능과목은 모두 51개 과목이나 된다. 이 많은 과목의 난이도를 일정하게 맞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과목간 난이도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게 바로 표준점수제다.

문제는 같은 만점을 받고도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점수는 큰 격차가 발생할뿐더러 똑같이 한 문제를 틀려도 과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예컨대 쉽게 출제된 윤리, 한국지리 등은 만점이 아니면 바로 아래 단계의 2등급이 아니라 3등급으로 떨어지는 '2등급 실종'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대학들은 별도의 보정장치로 자체 표준점수를 산출하거나 표준점수 활용비율을 낮추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수능성적을 반영하는지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특히 지원자의 학생부나 수능성적이 비슷할 경우 면접과 논술시험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남은 기간 충실히 준비해야 할 줄 안다.

수험생은 시험대상이 아니다. 교육당국은 이번 수능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문제점 개선에 나서야 한다. 성적표에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만 표기하는 현행 방식이 옳은 것인지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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