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버킷 리스트(bucketlist).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가리킨다.

요즘 참 많이 쓰인다. 해외여행 버킷 리스트 10선. 먹거리 버킷 리스트 10선. 독서 버킷 리스트 100선 등등 말이다. 2007년 미국산 '버킷 리스트'라는 영화 상영 이후 유행어처럼 번졌다.

'버킷 리스트'는 원래 '킥 더 버킷 리스트(kick the bucket list)'에서 '킥(kick)'를 빼고 쓴 말이다. 'kick the bucket'은 사전을 찾아보면 '죽다(die)'라고 적혀있다. 'kick'은 '발로 차다', 'bucket'은 '양동이’, ‘들통'이다. '발로 양동이를 차다'는 뜻이다.

왜 '양동이를 발로 차다'는 말이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됐는가. 기독교가 지배했던 중세 시대로 올라가야 한다. 철학과 삶, 역사와 예술 등 모든 것의 중심에 신이 존재했던 시대였다. 이른바 암흑기여서 이에 반하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은 극형을 면치 못했다. 화형과 교수형 등 각종 사형방법이 있었다.

말 그대로 화형은 불에 태워, 교수형은 목을 매달아 죽이는 것이다. 바로 이 교수형에서 '버킷 리스트'가 유래됐다. 당시 교수형을 집행할 때 머리 전체에 복면을 씌우고 목에 올가미를 걸어 높은 곳에 매단 뒤 양동이 위에 올려 세운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양동이를 발로 걷어차거나 교수형 집행인이 걷어찬다. 당시 자살자들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딛고 서있던 양동이를 발로 차면 손쉽게 목숨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버킷 리스트'란 영화는 환자 2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그냥 허비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병원을 나와 리스트를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삶을 되돌아보면 후회하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삶에는 묵과한 진실이 하나 있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후회의 여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아예 시도하지 않았으니 후회할 것도 없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하고 후회하는 일이 더 좋은 삶이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에 옮기는 삶은 보다 더 충실하고 참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