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신부(청주성모병원 행정부원장)
[아침마당]

말이 많은 세상이다. 말이 많다 보니 실수도 잦고 상처도 크다. 정치권에서는 '막말파동'으로 시끄럽다.

'도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망동'이라며 독설을 퍼 부은 사람을 비판한다. 증오서린 욕설과 폭언을 서슴없이 한 사람이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충격이 훨씬 더 크다. 말 많은 세상에 말을 골라서 간결하게 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춘 사람, 그것이 상대의 허물이라면 '알고 있지만 침묵을 지킬 줄 아는' 과묵한 사람이 많아지길 희망해 본다.

채근담에 보면 ‘들은 이야기라고 다 할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본 것을 다 말할 것도 아니다. 사람은 그 자신의 귀와 눈과 입으로 해서 자기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궁지에 빠지고 만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욕설이나 비평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또 남의 단점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장난삼아 하는 남의 험담도 자꾸 하다 보면 더 하게 되고 그 사람의 마음에도 깊게 박힌다. 우연찮게 보게 된 일이나 겪게 된 일을 말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 그것이 남에게 필요한 일이냐? 그것을 이야기해서 다른 사람에게 참으로 도움이 되느냐? 자신에게 물어보고 말하면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덧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능한 한 나에게 들려오는 귀에 거슬리는 말은 즐겨들어야 한다. ‘꿀도 약이라면 쓰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자기에게 이로운 충고는 그만큼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귀를 열어야 한다. 듣기 거북한 말이라도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아무리 마음이 괴롭더라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제 잘난 멋에 살고 슬기로운 사람은 충고를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어찌 생각하면 우리는 해야 할 말에는 더디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데는 선수인지도 모르겠다.

성경을 보면 ‘침묵을 지키면서 지혜로워 보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말이 너무 많아 미움을 받는 자도 있다. 대답할 줄 몰라서 침묵을 지키는 자가 있는가 하면 말할 때를 알고 있어서 침묵을 지키는 이도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기다리며 침묵하지만 허풍쟁이와 바보는 때를 놓친다’고 기록돼 있다. 물론 침묵이 언제나 황금빛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때때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말보다도 훨씬 강력한 때가 있는 법이다. 사실 지나치게 말이 많은 사람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떠도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줏대 있게 처신했으면 좋겠다. 남을 해치는 말은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히려 기회 있는 대로 이로운 말을 하여 도움을 주고 기쁨을 주며 그저 '예’라고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라고 할 것은 '아니오!’ 하며 매사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기를 기도한다.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 훌륭한 웅변’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화려한 말이 아니라 절제된 침묵으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누가 술에 취해서 막말을 하고 상처를 줬다면 그것은 정당화 될 수 없고 합리화 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속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상 시에 마음에 담을 것을 제대로 담아 놓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혀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일을 다스릴 줄 알고 큰 일을 한다. 그러나 헛된 말에는 반드시 셈을 치러야 할 것이다. 결코 혀가 악의 불씨가 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경우에 닿는 말은 은쟁반에 담긴 황금사과다. 들을 줄 아는 귀에 일러주는 지혜로운 꾸지람은 금귀고리요, 순금목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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