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여고생 실종사건을 비롯해 서천 카센터 화재 피살, 대전 동구 여중생 상해 등 대전·충남지역에서 발생한 10여건의 강력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력사건이 미제로 남으면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교문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경찰의 그간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천안 여고생 실종사건의 경우 4000여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하천변과 야산을 뒤졌으며, 서천 사건 역시 방대한 수사력이 투입됐으나 수개월째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날로 흉포화·지능화되고 있는 범죄에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매번 지적됐던 초동 공조수사의 부실, 감(感)과 발에 의존해 우범자나 동일수법 전과자를 탐문하는 수사방식으로는 '현대범죄'에 한계를 노출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치안 확보는 경찰 수사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 그간 필요성이 수없이 제기돼 왔던 방대한 범죄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석 능력을 갖춘 수사 전문가 양성, 첨단 감식 기자재 확보 등 과학수사 시스템이 시급히 갖춰져야 한다. 광역·공조 수사체계의 구축은 물론 선진 외국처럼 장기 미제사건이나 가출·실종사건을 위한 특별 전담반 형태의 강력한 중앙 수사기구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경찰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인사·보수체계의 개선이 요구된다. 내년부터 '수사경과제'가 전면 도입되고, 변사조사관 및 범죄심리 분석관을 과학수사계에 배치하는 등 과학수사 분야가 강화될 예정이지만 수사 부서가 여전히 기피 대상이 되고서야 제 역할의 발휘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경찰을 믿지 못해 부모가 거리로 나설 정도라면 공권력이 바로 설 수 없다. 경찰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외부의 관심과 지원도 병행돼야함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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