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13 총선의 선거구획정안이 나오자 곳곳에서 게리맨더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선거구획정안을 국회로 넘겼다. 이변이 없는 한 20대 총선은 이 획정안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문제는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게리맨더링이라며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곳이 전국적으로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유리하게 이끌거나 특정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분할하는 게 게리맨더링이다. 이 과정에서 선거구획정의 기초가 되는 시·군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일쑤다. 생활권·문화의 동질성과 같은 지역적 특성이 배제되다 보니 선거구 주민들 간 이질감이 나타난다. 게리맨더링을 막기 위해 가급적 행정구역의 경계를 따르도록 하고 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리맨더링 논란이 가장 거세게 일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 천안선거구다.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천안시주민자치위원회 주민 등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 천안선거구 획정안은 졸속 밀실야합의 산물"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동남구 '을' 선거구인 성정1·2동을 '갑' 선거구에 편입시키는 비상식적인 획정안이 만들어졌다"며 이는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고 분노했다.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획정안이 지형적 특수성과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천안시민사회는 범 시민협의체를 구성해 행정구역, 인구편차, 지역균형배분 등을 고려한 조정안을 만들어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게리맨더링을 막기 위해서다. 천안의 민·관·정이 합의한 이 조정안은 그러나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충북의 보은·옥천·영동과 선거구를 합치게 된 괴산 지역에서도 반발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서울시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초대형 선거구가 등장했다. 물론 선거구를 획정하다보면 지역의 생활·문화권을 전부 고려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게 원칙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만을 일삼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막판에 획정안을 내놨으니 졸속이라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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