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역사박물관 건립소식은 반갑다. 각 지역마다 앞 다투어 박물관을 세우려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주민 문화향유 그리고 대외 지명도 향상 등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 9월 개관 목표는 너무 서둔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훌륭한 문화공간을 조속히 주민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충정은 이해되지만 충남의 문화 수준과 역사적 정통성을 집결하는 사업을 불과 몇 달 만에 마치겠다는 발상은 성급하다. 세계 유수의 박물관, 미술관이 오랜 기간 정성 들여 다듬고 고치면서 그 자체 예술작품으로 완성한 사례에 비춰 아직도 개발일변도의 저돌적 행정마인드로 밀어붙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

충남은 백제권과 뗄 수 없는 문화적 연고성을 가진 만큼 충남 역사박물관이 조선시대와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잘한 일이다. 공주, 부여박물관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공·사립박물관과의 변별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그렇다. 소요예산 6억 8500만원은 리모델링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최근 박물관 건립비용을 도외시한 구색 맞추기에 그칠 우려가 있다. 소장품 확보, 첨단 멀티미디어 시설 구축, 장기적 안목의 확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충남에도 역사박물관이 있다라는 명분쌓기가 아니라면 이 정도 예산의 박물관 건립 추진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소요예산을 확보한 뒤 연차적으로 한 단계씩 추진하기 바란다.

전시내용도 충청도의 출현에서 시작하여 한말 의병의 활약, 일제 강점기를 포함, 해방공간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충남의 최근 근세사를 특히 집중부각, 주민의 자긍심과 향토애를 북돋워야 할 것이다. 박물관의 핵심은 소장품의 역사적 가치와 희귀성 그리고 디스플레이와 활용도에 있다. 부족한 예산으로는 필경 개인, 단체 기증품과 위탁전시에 의존하게 되는데 각지에 산재한 유물을 모으기 위한 홍보, 마케팅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충남도청의 문화행정 역량을 집결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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