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시론]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을 하여 결혼을 한 부부들이 행복하게 평생을 해로하면서 살면 좋으련만 꽤 많은 부부들이 이혼이라는 극약처방을 하고 갈라서는 사람들이 많다. 성경에 하느님이 짝 지워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한다고 하였음에도 말이다. 이를 소중이 여기고 가꾸어 나가는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물론 이혼하는 사유는 경제적인 문제, 배우자의 외도, 성격차이, 학대와 폭력, 고부갈등 등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존 가트맨 박사는 부부가 이혼의 길로 가는 데는 부부갈등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부부싸움의 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대화 방식에 비난, 방어, 경멸, 담 쌓기가 담겨 있으면 그 부부는 15년 이내에 이혼할 확률이 92% 이상이라고 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존 카트만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이혼으로 가는 길의 첫 번째가 상대를 비난한다는 것이다. 비난이란 상대의 결점을 지적함으로써 상대의 성격을 전면적으로 공격하는 불평의 방식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당신은 왜”로 시작하는 대화는 대개 비난성 발언이라고 한다. 또, “도대체, 항상, 한번도, 결코, 절대” 등의 말로 상대는 영원불변, 구제불능이라는 말투도 비난의 뜻을 함축한다고 한다.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은 단순히 잘못을 개선해 보고자 하는 의도일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내가 인격적으로나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인신공격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기분이 나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여자들이 남자보다 비난을 더 많이 하는 편이라 한다.

이혼으로 가는 두 번째 길은 방어적인 대화법이라 한다. 방어란 우리가 비난 받았다고 느껴질 때 되받아치고 싶어지는 말투라고 한다. 즉 자존심이 상하면 상대는 반사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하게 된다. 또 자신의 결벽이나 무고함을 주장하고 자신을 비난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그러는 넌 뭐가 잘 났다고" "네가 날 못 믿는데 내가 어떻게 널 믿느냐?" "네 탓이지 내 탓이냐?" 이렇게 되면 상대방의 과오를 입증하기 위해 이 잘못 저 잘못, 과거의 잘못까지 모두 거론하게 되고 점점 싸움이 확대된다.

방어적인 싸움을 잘 하는 사람들은 상대한테 당한 억울함이나 설움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꺼내놓고 때로는 역공격으로, 때로는 우는 소리로 희생자 같은 행동을 취한다. "봐라, 당신이 나한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라고 대든다. 그래서 원래 풀려고 했던 문제는 오리무중이 되어 버리고 서로 "누가 옳으냐 그러냐", "누가 잘 낫냐 못 낫냐"로 대화가 변질돼 버린다. 이 방어식 싸움은 지겹도록 싸우고도 해결이 안된다.

필자도 솔직히 이런 경험을 자주 당한다. 나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데 어쩌다 언쟁이 벌어지면 아내로부터 그 소싯적 때의 억울함을 기회 있을 때마다 들어야 한다. 한 두 번 사용하고 말면 좋으련만 다툼만 있다하면 무기삼아 공격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본말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쓸데없는 다툼으로 변질되어 끝이 없어진다. 그래서 일찍 항복하고 지고 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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