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이응노미술관 관장
[아침마당]

최근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흔히 실리던 명화와 사진들이 달력에서 사라지고, 귀에 익숙했던 노래들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이응노미술관은 지난 해 12월 개관 8년 만에 건축전문사진작가에게 의뢰해서 이응노미술관 건축물의 사계절 전경 사진을 찍었다. 이 일을 제일 반기는 사람이 바로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었다.

국제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건축가로서 여러 주요 해외매체에 실을 이응노미술관 건축물 사진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의 저작권은 사진작가에게 있기에, 건축가라고 이 사진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다. 건축가는 저작권자인 사진작가의 허락이 있어야 사진을 사용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저작권은 저작자가 그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에 대해서 갖는 권리이기에 이 건물사진의 저작권은 사진작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간이 창작한 모든 창작물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대상이라 건축물도 창작성을 갖춘 경우에는 보호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유명 건축물 사진을 찍어 SNS 등 공중의 접근이 가능한 웹 사이트에 게재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더구나 건축물의 외관 혹은 내부의 구조나 형태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저작권자인 건축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건물을 배경으로 중고차나 패션모델 등 상업용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자주 목격된다. 세련되고 모던한 미술관 건축물의 이미지가 상품의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렇게 건축물을 배경으로 홍보물을 찍는 행위가 건축물 저작권법에 위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소재로 전시, 출판, 방송, 아트상품 제작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응노 화백의 작품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에 저작권 허락을 받아야 하고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공공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도 적어도 저작권 허락을 맡아야 한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미술품의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보호 및 관리를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시비와 관련된 법적 사건이 증가하면서 예술가와 예술작품 보호를 위한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정부차원의 기관에서 정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반면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권 때문에 불필요한 절차와 해석 등이 필요하게 되었다.

오히려 저작권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문화예술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특히 작가미술관인 이응노미술관은 저작권의 향방에 따라 미술관 내부 운영은 물론 대외적인 위상 정립에도 영향이 있으므로 법리적 해석보다는 유족과의 신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백남준 화백의 경우, 저작권이 그의 일본인 조카에게 있어서 백남준 관련 사업추진이 다소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법과 규제가 만능은 아니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법리적인 해석보다는 저작권자와 이것이 필요한 자 간의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상호협의가 우선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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