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의 여왕' 배우 전도연이 정통 멜로영화인 '남과 여'로 돌아왔다.

영화에서 그는 디자이너 가게 대표로, 아들을 국제학교 캠프에 데려다 주러 핀란드에 갔다가 만난 건축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상민'을 연기한다.

수많은 멜로영화에서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보여줬던 전도연에게 멜로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18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에게 멜로영화는 "꿈"이라고 말했다.

"순간이라도 행복한 것이 사랑이다. 멜로영화를 보고 순간이지만 대리만족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자신을 불사를 순 없지만 멜로영화를 통해서 그런 것을 꿈꿀 수 있다."

그의 화려한 스크린 데뷔작 '접속'(1997)이나 뒤이은 흥행작 '약속'(1998), 과감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해피엔드'(1999),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게 한 '밀양'(2007) 등 영화인생의 주요 분기점이 된 작품 대부분이 멜로다.

그는 "제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람에 관심이 많다. 인물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를 궁금해한다. 그런 것을 중점을 두고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멜로가 중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배우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다른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다른 장르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마침 오랜만에 드라마로 '나들이' 한다. tvN이 준비 중인 '굿 와이프'다. 동명의 미국 법정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 멜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장르가 멜로가 아니어서 뛸 듯이 기뻤다. (인물이 아닌) 이야기가 좋아서 선택한 유일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상민'은 자신의 일상을 헤집고 들어오는 기홍과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기홍은 이런 것이 사랑이라고 깨닫게 해준 사람"이라며 "상민이라는 여자는 기홍을 통해서 '여자'를 찾았다. 상민은 그런 사랑을 느껴본 적도, 표현해본 적도 없는 여자"라고 상민이란 캐릭터를 분석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응축된 감정을 한번에 터트리는 연기를 선보인다. "순간에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이라며 별다른 '비법'을 말해주지 않았다.

사실 영화 촬영 내내 '이 장면에서 상민이라면 이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논리적으로 계산해서 연기한 게 아니라고 했다. 상대역인 공유와 함께 "서로가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촬영현장에서 공유가 버팀목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상민은 건조하고 표현력이 없는 인물이어서 그와 반대인 제가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공유씨가 현장에서 기홍 역을 잘 소화해 그에 반응하고 따라가면 됐다"고 공유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1990년 CF로 데뷔한 전도연은 어느덧 4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동안'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잘 늙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나이 들고 변해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 잘 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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