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병 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최근 주사바늘을 재사용해 C형 간염이 퍼져나갔다는 뉴스를 접하며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이 사건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느꼈다. 어느 분야든 평가는 중요하다. 좋은 평가를 통해 발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병원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5년 전 실시된 1주기 평가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훨씬 강화된 2주기 평가가 시행됐다.

환자안전, 직원안전, 화재안전, 수술관리, 처방 및 조제, 환자권리 존중, 불만이나 고충 처리, 직원 교육, 감염관리 체계, 시설환경 안전관리 체계, 재난 관리, 의무기록 관리, 개인정보 보완 및 보안 등 병원 전반에 대해 13개 분야 총 537개 항목을 평가 받았다. 수검을 위해 의사·간호사는 물론 전 직원이 참여해야 했다.

각 항목마다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하고, 모든 직원이 숙지하고 그 대로 실시하며, 그 과정에서 병원과 의료의 질이 향상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평가했다. 청주의료원은 2주기 평가를 받기 위해 1년이 넘도록 준비했다. 그 과정이 참 어려웠다. 책임자들은 매일 늦게 퇴근했고 주말에도 나와야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인증 준비팀의 간호부서 책임자 남편이 의료원에 입원해 병문안을 가서 '요새 아내분께서 매우 바쁘지요?'하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인사하니 '정말 얼굴 못 본지가 꽤 오래 됩니다'하며 불만 섞인 대답을 했다.

심지어 너무 힘들다며 의료원을 떠나는 직원도 있었고, 취직원서를 내려다가 의료원이 인증준비 중인 것을 알고는 '인증 끝나면 오겠다'고 그냥 가는 분도 계셨다. 그런 중에서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5명의 평가자가 나흘에 걸쳐 하루 종일 병원 구석구석을 다니며 조사하고, 직원은 물론 환자 면담을 통해 확인하는 등 모든 과정을 끝내고 좋은 성적으로 통과될 수 있었다.

전국 지방의료원 중에서는 첫 번째고, 충북에서는 충북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다. 평가 결과 통과가 확인되던 날 많은 직원들이 울었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며 울었고 또 우리가 해 냈다는 뿌듯함 때문에 울었다. 그러면서 우리 직원 모두는 함께 결심했다. 앞으로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평소에 우리가 만든 기준대로 철저히 시행하여 몸에 배도록 하자고.

그것이 환자를 위한 길이고,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며 의료의 질을 높여 결국 우리 의료원을 발전시키는 길이며 나아가 지역사회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리 직원들의 열심과 친절 DNA를 발견한 것은 큰 소득이다. 평소 무뚝뚝하다고 느꼈던 직원들이 평가 과정에서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이 친절 DNA들을 증폭시키고 2주기 평가인증 통과 의료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한다면 평가 준비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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