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전 용 천주교 대전교구 산성동성당 주임신부
[투데이포럼]

2월을 순 우리말로 '시샘달'이라 한다. 잎샘 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로 봄기운이 솟구칠 때마다 번번이 꽃샘추위가 나타난다는 이유다. 그래서 그런지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추위가 남아있다. 입춘은 24절기의 시작으로 봄이 다가옴을 알리는 절기다. 입춘이 되면 예전에는 대문이나 기둥에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복을 바라는 글귀를 붙였는데 이런 것을 입춘축(立春祝)이라고 한다. 입춘축에 주로 쓰이는 글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곧 ‘봄이 시작되니 크게 좋은 일이 생기고, 새해에는 기쁜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봄, 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처럼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내일을 기약하는 새로운 희망의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이 되면 왠지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를 품고, 화사하게 올라오는 길가의 노란 개나리꽃을 보며 세월의 변화와 창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새롭게 시작하는 새내기처럼 꿈과 설렘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제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겨울이 가고 봄날이 왔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지 모르겠다. 또한 봄은 젊음을 뜻하기도 하는 데, 청춘의 춘(春)은 봄에서 온 말이다. 따라서 젊음과 활기, 꿈과 희망, 기대와 설렘이 봄을 상징한다. 하지만 오늘 우리 사회는 갈수록 젊은이들이 이 봄날의 생동감과 따스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무한 경쟁'과 '소비주의' 안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봄은 너무 먼 남의 땅 이야기다. '헬(Hell)조선'과 'N포세대', 그리고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은 언제 과연 봄을 느낄 수 있을까? '탈 한국'을 꿈꾸며 이민을 준비하는 2030세대, 20대 중 절반 이상은 설 연휴에 고향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 일터로 향하는 불경기에 지친 청춘들, 설 연휴도 잊은 채 취업시험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젊은 취업준비생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이 역대 최대인 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 난제를 풀기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기억하고,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아직 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미래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꽃에 대한 사랑이 있어 나무는 겨울 찬바람을 이겨낸다'고 한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땅의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기를, 아니 우리 모두가 오늘의 어려움과 좌절에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기를 이 봄에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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