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이 계층이동, 입신양명의 유효한 수단이라는 인식은 오래 지속된 고정관념의 하나였다. 부존자원이 척박한 우리나라가 오늘의 성장을 이룩한 것은 바로 이런 교육의 효용성에 대한 믿음이 가져온 드높은 교육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부모세대의 열악한 환경과 위상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와 정성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인적자원의 수준향상이라는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교육입국의 사회적 함의가 구체화된 경우로 비록 과잉 교육열과 입시위주 가치관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부작용과 병폐가 있었다지만 나름 순기능과 성과에 더 큰 비중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래 가정의 교육비 지출이 고소득층, 저소득층에 따라 편차가 점차 급격해지고 이런 경향이 고착됨으로써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사다리 기능이 폐쇄되어 버리는 추세는 매우 우려스럽다.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내년 ‘3분기 가계동향'에 의하면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이 1분위에 비해 7.8배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수치상의 의미를 넘어 이제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착되면서 학업과 노력을 통한 입지의 가능성이 닫혀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식료품과 기타 생활비 지출에 있어 각 분위별 월평균지출 차이가 2배 미만이어서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음에 비추어 교육비의 경우 2010년 6.3배에서 지난해 7.8배로 급격히 벌어진 것이다.

지출 대부분이 사교육비로 충당되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양과 질에서 큰 변별력을 보인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데이터로 증명된 셈이다. 이런 현상은 곧바로 사교육비 지출능력에 따라 자녀 학업성적이 영향 받는 상관관계로 나아간다. 부모의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에서 최상위 성적을 보이는 자녀의 비율은 고령층 10.7%에서 청년층 6.0%로 급감하여 젊은 세대로 갈수록 부모 경제력이 자녀 교육성취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 역시 입증되었다.

결국 공교육의 비중을 크게 높여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이 최선의 대안인데 여기에는 현행 입시제도의 획기적 개혁이라는 전제가 놓여있다. 무엇보다 건국 이후 그 어느 정권도 혁파하지 못해 누더기로 땜질해오는 입시의 난맥상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 부모의 가난이 자식의 재능발휘를 가로막는 이런 답답한 부조리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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