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윤 자 단국대학교 교수
[투데이포럼]

"진정 아름다운 경기였다!" 스포츠 경기를 관전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 중 하나일 것이다. 야구보다는 축구나 농구처럼 조직력을 더욱 요하는 스포츠의 경우, 한두 선수의 뛰어난 기량으로 이겼을 때보다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조직적으로 경기를 펼쳤을 때 더 큰 감동을 받는다. 능력을 인정받는 선수라 할지라도 자신의 득점수를 위해 욕심을 부리게 되면 팬들은 바로 돌아서게 된다. 감독 또한 개인보다는 팀을 위한 경기를 펼쳐 달라고 부탁한다. 경기장의 어느 선수가 자신이 직접 득점을 올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선공후사(先公後私), 사사로운 이익보다 공익을 앞세운 행동이 함께 사는 길이고 가장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이리라.

중국의 전국시대 조나라 혜문왕 때 인상여(藺相如)는 왕의 신임을 얻기 전까지는 한 대신의 식객에 지나지 않았다. 강국인 진나라가 탐내는 화씨 구슬을 온전히 지키고, 민지에서 진과 조 두 왕의 회동했을 때 수치를 당할 뻔한 문왕을 지켜내어 상경이라는 높은 지위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나라를 지키느라 피땀을 흘린 명장 염파(廉頗)는 세치 혀로 벼락출세한 인상여가 눈엣가시로 여겨졌다. 이에 만나면 치욕을 안겨 주리라 공언했고, 이를 전해들은 인상여는 염파를 피해 다녔다. 그러자 인상여의 측근이 참다못해 물었다. "대감의 직위는 염파보다 높고 임금과 백성의 신망도 두터운데 어찌하여 염파를 그리 두려워하십니까?" 인상여가 답하였다. "둘이 다투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내가 수치를 모르고 그를 피한 것은 나랏일을 중히 여기고 사사로움을 가벼이 생각한 때문이다." 선공후사, 이를 듣고 자신의 경솔함을 깨달은 염파는 그 후 인상여와 '죽음도 함께할 만한 우정'을 맺음은 물론, 조나라도 강국의 면모를 지킬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적으로 샌드위치 압박, 국내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의 추락 추세 등을 말하기 전에, 정부가 경제나 국민들이 봉착한 어려움에 관심을 갖지 않음이 더 큰 문제를 가져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제 위기를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주요 언론 또한 경제 위기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중산층과 자영업이 무너지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경국제세(經國濟世), 경제는 나라를 잘 다스려 세상을 구제하는 것이다. 즉, 정치를 제대로 하면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바른 정치가 실현되어 정의롭고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권력의 속성은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교체를 통해 깨끗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을 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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