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 철 충남교육감
[투데이포럼]

졸업의 계절 2월이다.

교육계의 달력에서 2월은 긴 겨울방학과 개학, 졸업과 학년 말 휴가로 어수선하지만 정리와 출발, 여유와 희망이 공존하는 달이다.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졸업식이 치러지는 관계로 모든 학교를 찾아가 축하할 수 없어 짧지만 정성을 담아 졸업 축하 영상을 제작했다.

'사람은 그림처럼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볼 수 있는 정적평면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비로소 발휘되는 가능성의 총체'라며 신영복 선생님은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이 돼 백지 한 장이라도 맞들어 보고, 반대편이 돼 놀거나 싸워보지 않고 사람을 알려고 하는 것은 냄새를 만지려하고 바람을 동이려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운 것과 자신이 살고 있는 이야기를 연결 짓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꽃을 피워내고, 자신의 씨앗을 퍼뜨릴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이고 공부이며 관계 맺음의 시작이다. 유치원을 졸업하는 작은 꽃봉오리 같은 어린이들에게 노는 일을 거르지 않도록 힘껏 돕겠다고 영상으로 약속했다.

또 비 맞는 이웃과 우산을 나눠 쓰고, 때로는 힘든 친구를 위해 함께 비를 맞을 수 있는 사람, 잠든 토끼를 깨워 함께 갈 줄 아는 거북이가 돼 달라는 말을 전했다.

새로운 시작은 불안과 희망이 교차한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자라 새로운 출발점에 선 중학교 졸업생들에게 학교공부는 물론 독서와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도 즐길 줄 아는 멋진 청소년으로 성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이 어려운 문제가 닥치면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함께 풀어가듯 동료, 이웃과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헤쳐가길 바란다.

희망은 여럿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으로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고 한다. 본래 땅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백세 인생을 하루에 비유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도 아직 동이 트기 전인 새벽 다섯 시까지 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학교 성적이 남은 시간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또 태양이 머리위에 있는 한 낮,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 무렵, 캄캄한 밤을 혼자 걷기엔 아주 먼 길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공간이 관계 맺으며 가야할 삶이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졸업식장에 앉아있어도 그 안에는 수백의 다른 심장이 뛰고 있다.

심박 수가 빨라지는 관심 영역이 각기 다른 심장들이다. 같은 숲에 있다고 소나무, 밤나무, 단풍나무에게 모두 사과 열매를 맺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교복을 벗고 사회와 대학으로 나아가는 청년들에게 사과 열매만 중요한 것이 아님을 말해줘야 한다. 이는 의사의 손과 환경미화원 손의 가치가 다르지 않음과 같다. 앞으로 충남교육청에서는 똑같은 교복 속, 각기 다르게 뛰고 있는 백 개의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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