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아침마당]

여느 때처럼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센터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전에 온지 일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사회복지 기관장과 시설장들을 많이 아는 건 아니라서 어느 분이 무슨일로 전화를 하셨나 궁금해 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연말에 산타원정대 사업비를 지원받은 지역아동센터장께서 센터에 필요했던 주방용품, 사물함 등을 구입했더니 아이들이 자기집 리모델링 한 것처럼 좋아한다며 늘 아이들에게 미안했는데 이제 아이들을 좀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화를 끊고나니 내게도 분명 보람있고 기쁜 일이었지만, 척박한 아동복지현장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2005년 정부는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했다. 일부 국고로 운영됐던 사회복지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지방의 특성을 반영해 복지정책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과거 국가에서 책임지던 종합적인 정책까지 지방에 이양함으로써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안은 미비했다. 보조금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분권교부세로 적정한 사회복지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예산의 지급에 급급하고, 사회복지 서비스의 축소라는 역작용만 낳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아동복지사업 지방이양은 지역 간 복지의 질적인 차이와 재정적인 문제만 발생하게 돼 당초 지방분권 시행에 따른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장애인 거주시설과 노인 양로시설,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예산은 중앙정부로 환원돼 국고 지원을 받아 지역간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됐으나 아동복지 예산은 아직 지방분권 사업으로 남아 있다. 우리에겐 미래를 짊어질 천만의 아이가 있다. 2014년 아동복지 예산은 1.4%이나 이중 만 5세까지를 위한 보육예산이 1.34%를 차지하고, 만 6~18세 보육 외 아동복지 예산은 0.06%에 불과해 불균형 상황이 심각하다. 아동복지 예산은 시·군단위로 갈수록 노인복지 예산과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시 단위 노인예산은 10.8%, 아동예산은 3.3% 수준, 군 단위에서는 17.8%, 아동예산은 3.3%로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실은 아동복지 예산이 지방정부로 전환한 이후 더욱 심각해져 동일한 대한민국 아동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구에 사느냐에 따라 똑같은 청소년기 학생들의 급식비와 질, 아동양육시설 아동들의 자립정착금과 대학등록금, 출산장려금도 다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 차이는 곧 아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가 복지를 결정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동은 투표권이 없다보니 아동복지 공약도 미비한 게 현실이다.

매년 선거 때면 투표권이 있는 연령층의 복지 예산은 공약도 많고 이행율도 높다. 그러나 아동복지 예산은 공약도 미비하고 이행율도 낮기 때문에 유독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제 4.13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니 총선 후보들께서는 차별없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아동복지 예산을 중앙정부로 전환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 지역 아이들에게 차별없는 성장환경과 교육환경(출산장려금, 무상급식, 양육시설 간식비, 자립지원금, 학교 사회복지사 배치, 대학등록금)을 제공하고, 아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아동복지 공약을 적극 수립하길 희망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나름 좋은 부모이자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OECD 국가중에 아동 행복지수 최하위를 만들어 놓은 부끄러운 어른이다.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아동 안전·건강 등에 관심 있는 후보를 선택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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